< 노·사·정, 일자리 나누기 합의 > 노·사·정이 3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희범 경총 회장,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노·사·정, 일자리 나누기 합의 > 노·사·정이 3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희범 경총 회장,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노·사·정이 박근혜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 구조를 단순화하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9일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출범시킨 지 한 달 만이다.

노·사·정이 이날 체결한 일자리 협약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성희 고용부 대변인은 “정부가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인 ‘고용률 70% 로드맵’의 방향을 노·사·정이 정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흔적이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이 없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긍정적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47만6000개씩 5년 동안 238만개의 새 일자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정은 먼저 공무원을 중심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린 뒤 직무컨설팅을 통해 공공기관·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키기로 했다.

대기업은 청년 신규 채용 규모를 2017년까지 매년 늘리기로 약속했고, 노동계는 그동안 “임금 유연화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거부하던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재계가 그동안 부정적이던 ‘장시간 근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하자 노동계도 ‘노동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정리해고를 뜻하는 ‘인위적 고용 조정’을 막기 위해 재계는 이를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배치 전환, 임금·근로시간 조정, 휴업·휴직 등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고용 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이같은 조치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합의문을 뜯어보면 노사가 상당히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각자가 1보 후퇴해서 사회가 2보 전진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 확보 안 돼 한계”

노·사·정은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노·사·정 공동 이행점검단’이라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협약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노사정위원회법을 개정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여성 청년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사정위 기능 강화 방안도 나왔다. 노사단체는 협약 내용을 임·단협 교섭 과정에 반영하는 등 사업장 단위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산하단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합의문 시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노·사·정 합의의 모범 사례로 삼았던 독일과 네덜란드는 산별교섭 중심의 노사관계여서 기업별 교섭 중심인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다. 산별교섭 체제에서는 상급 단위 노조가 결정을 내리면 산하조직이 이 결정을 비교적 잘 따른다. 그러나 기업별 교섭 체제에서는 상급단체의 결정이 산하조직에서 이행이 잘 안 되는 면이 있다.

조합원이 60만명에 이르는 민주노총을 빼고 합의한 점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산적한 일자리 과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주체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민주노총을 품고 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이 없어 고용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이 기업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거나 공공 부문 고용을 늘리는 방안”이라며 “기업이 어려워도 해고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신규 고용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병훈/홍선표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