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이 다음달 5일 선출된다. 아직 심층면접에 임할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임영록 KB지주 사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의 ‘2파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사장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민 행장과 다른 후보들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두 후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평가를 들어봤다. 또 두 후보를 포함해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에게 자신의 강점 등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 임 사장은 질문에 전혀 답변하지 않았으며 민 행장은 일부 질문에만 답했다.

KB금융지주 차기회장 유력 후보 5명 지상면접

○임영록·민병덕 2파전 양상

임 사장의 강점으론 엘리트 관료 출신답게 전략적 사고를 하고 대외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꼽힌다. 3년 동안 사장으로 일하면서 사외이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온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직원들과 소통이 부족해 직원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민 행장은 정반대다. 말단 행원에서 출발해 행장까지 오르다 보니 직원들은 물론 조직 구석구석을 잘 안다. 직원들의 신뢰도 상당하다. 반면 전략적 업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외이사들의 평가도 대체로 비슷했다. 임 사장의 경우 경제관료 출신답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현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A사외이사는 “융통성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정부와의 다리 역할도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윤대 KB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간의 채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간과하기 어려운 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B사외이사는 “어 회장이 임 사장에게 역할을 주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지만, 사장이라는 직책을 맡았으면 자기 역할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 행장은 영업현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 수 있는 친화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직의 큰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C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실적과 관련한 질문을 했을 때 비슷한 대답을 종종해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민 행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영업현장에선 ‘달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며 “부행장 시절엔 기업금융과 프라이빗뱅킹(PB) 등의 전략을 총괄했고 행장을 지내면서 전략적 경험도 충분히 쌓았다”고 설명했다.

○황영기 등 “내가 적임자”

황영기 전 회장 등 3명은 한경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나타냈다. 황 전 회장은 “KB지주 주가는 지난 3년간 30% 이상 하락하는 등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과거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등을 두루 경험한 것을 활용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KB지주 회장에서 중도퇴진한 것에 대해선 “정치적인 희생양이 필요했던 시대적 상황의 결과물”이라며 “금융당국 관계자들과는 지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걸 전 부회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을 거치며 1, 2금융권을 모두 섭렵한 경험을 내세웠다. 경쟁사인 신한금융 출신이 걸림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KB지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회사로서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전략적으로라도 경쟁사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기의 사장은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KB국민카드를 정상 궤도에 진입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KB국민카드 외에는 최고경영자(CEO)를 맡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행원부터 카드사 사장까지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이 조직을 장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 3일 회의를 열고 후보를 3~6명으로 압축한다. 이들에 대해 5일 심층면접을 실시해 회장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