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영향권에 있는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국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어제 사설에서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절하가 한국과 대만의 현실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무역자유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 일본이 구조개혁을 취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엔저에 따른 엔캐리 거래 등으로 한국과 주변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엊그제 한경과 인터뷰를 한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 회장 역시 아베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가뜩이나 각종 악재에 휩싸여 있는 한국 경제다. 4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4% 줄었고 내수 소비도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베노믹스에 따른 수출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자부품이나 제지 등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품목들은 수출전선에서의 점증하는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4월 광공업 생산지수가 자동차 수출의 호조에 힘입어 1.7%나 상승하고 소비지출도 4개월째 증가세다. 도요타가 투자를 전년보다 1조5000억엔이나 늘리는 등 기업 투자도 공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의 GDP 증가율이 일본에도 뒤처질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미 일본의 양적완화책이 인근 국가를 궁핍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여러 연구가 현실화될 것 같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파국을 맞는 경우다. 일본 국채 금리의 상승과 재정파탄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최근 잇달아 세 차례나 대폭락세를 보이는 등 초긴장감이 일본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일본 정치권 내부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반발이 높아가는 중이다. 단순히 엔절하가 문제가 아니라 일본 금융의 급변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다양한 영향을 면밀히 연구하고 대책을 세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