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오른쪽)가 40대 초반의 남성 고혈압 초진 환자에게 24시간 활동성 혈압 측정기 쓰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오른쪽)가 40대 초반의 남성 고혈압 초진 환자에게 24시간 활동성 혈압 측정기 쓰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한모씨(45·서울 강서구)는 40대 들어 첫 정기 건강검진 때 고혈압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생활 습관을 바꾸면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몇 년간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혈압이 160/110㎜Hg(혈압 측정 단위로 수은의 높이로 환산한 압력)까지 치솟았다. 한씨는 그제야 병원을 찾았으나 “고혈압 때문에 이미 동맥경화가 시작됐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40대부터 고혈압 관리 시작해야

아~ 혈압 오르네!…노인병 고혈압 요즘엔 40대부터 위험
최근 의료계에선 “노년이 팔팔하려면 마흔을 넘길 때 무조건 혈압부터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뇌경색 동맥경화 부정맥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고혈압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들어 고혈압이 시작되는 시기가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그만큼 고혈압 관리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은 2007년 25.4%에서 2012년 38.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0대 이상 성인 10명 중 4명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를 통해 수축기 혈압을 5㎜Hg만 낮춰도 사망률이 7% 낮아진다.

또 수축기 혈압을 10㎜Hg 낮추면 뇌졸중에 의한 사망을 40% 줄일 수 있다. 고혈압을 잘 조절하면 가장 무서운 노년병으로 알려진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혈압 140 넘으면 당장 살부터 빼야

고혈압 발병률은 40세부터 급증한다. 50세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남성 쪽 발병률이 높고 폐경 후에는 여성이 높다. 특히 염분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혈압이 올라간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중 나트륨 수치가 올라가고 이 경우 고혈압 만성 질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신체 활동이 떨어질수록 체중 증가를 유발해 고혈압 발생 가능성을 더 높인다. 비만일수록 혈압이 상승하는데, 고혈압 환자의 50% 이상이 비만을 동반한다고 보면 된다. 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압이 140㎜Hg을 넘으면 무조건 살부터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년의 고혈압은 이완기 혈압이, 고령의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문제다. 특히 중년(40~50대)에 발생한 고혈압은 체중 증가와 연관돼 있다.

◆고혈압약 복용 언제 시작하나

혈압이 높다고 반드시 약부터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보다 다소 높은 고혈압 전 단계면서 위험인자인 흡연 음주 가족력 중 한두 가지에 해당하는 ‘중등도 위험군’이거나, 고혈압 1단계면서 다른 위험인자나 동반 질환이 없는 사람은 다른 방법을 쓰는 게 좋다. 6개월간 금연이나 절주, 저염식을 하면서 주 5회 30분씩 유산소운동을 통해서 살을 빼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40~50대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생활 습관만 바로잡아도 정상 혈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중 5% 정도만 정상 혈압을 되찾고 나머지는 중도에 포기하는데, 그러면 혈압이 처음보다 더 올라간다는 지적이다.

고혈압 1단계 이상이면서 당뇨병 동맥경화증 단백뇨 중 하나라도 있거나, 위험인자를 세 가지 이상 가졌으면 바로 의사 처방을 받아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 진료 지침은 모든 병·의원이 동일하기 때문에 동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치료를 시작해도 된다.

우선 1주일간 매일 병원에서 혈압을 재서 평균 혈압을 계산한다. 바쁜 사람은 집에서 측정해도 된다. 김 교수는 “가정용 혈압측정기를 사서 1주일간 아침·저녁 한 번씩 측정한 뒤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의원에 가져가면 그 기록과 당일 병원에서 잰 혈압 수치를 바탕으로 고혈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활동성 혈압측정기를 병원에서 받아 하루 종일 착용한 뒤 다음날 병원에 제출해 평균 혈압을 체크하는 방법도 있다.

◆약 부작용 있다고 병원 바꾸면 안 돼

고혈압약을 평생 먹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김 교수는 “고혈압약은 내성이 생기지 않으므로 평생 먹어도 양을 늘릴 필요가 없고 금단 증상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어떤 약이든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일단 약을 써보고 부작용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 고혈압약 가운데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RB) 계열은 마른 기침,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은 다리 부종, 이뇨제는 무기력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고 3~4개월 동안은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진찰받는 게 좋다.

그 이후에는 최소 3개월에 한 번 약 처방을 받으면서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부작용은 의사가 치료를 제대로 못 해서가 아니라 해당 약이 환자에게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며 “따라서 부작용이 생겼다고 병원을 바꾸지 말고 자신의 부작용을 이미 아는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