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사 절반 '리베이트' 연루…인증 취소 대상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달 29일 혁신형 제약 기업 43개에 6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당 평균 1억4000만원꼴이다. 지난해 6월 혁신형 제약사 선정 이후 해당 정부 부처가 직접 연구개발 지원에 나선 첫 사례지만 이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한정된 재원의 선택과 집중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당장 ‘나눠먹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다. C제약사 관계자는 “차라리 혁신형 제약사 가운데 공모경쟁을 통해 10억원씩 지원하는 게 낫지 1억5000만원씩 가져다 어디에 쓰라는 얘기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제약사 사장단 모임에 물었더니 모든 업체에 고르게 분배하는 게 낫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43개 혁신형 제약사 가운데 절반가량이 ‘리베이트’와 연루돼 있어 혁신형제약사 인증 취소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복지부의 고민이다. 쌍벌제 시행(2010년 11월) 이후 리베이트 과징금액이 약사법상 2000만원, 공정거래법상 6억원 이상인 경우 혁신형 제약사 인증이 취소된다. 또 과징금 누계액에 관계없이 3회 이상 리베이트 처분을 받거나 혁신형 제약사 인증 이전에 발생한 위반행위가 인증 이후에 적발돼도 취소 요건에 해당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가 지난달 24일 이 같은 내용의 ‘혁신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고시 개정안을 확정함에 따라 이달 중 1호 인증 취소 제약사를 시작으로 무더기 취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총 43곳 가운데 지난해 연말까지 리베이트로 적발된 회사는 16개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동아제약 CJ제일제당 광동제약 현대약품 일양약품 등이 리베이트 관련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혁신형 제약사의 절반 이상이 취소요건에 해당되는 셈이다. 정은영 복지부 제약산업팀장은 “고시 확정 이후 인증 취소 1호 혁신형 제약사가 나올 수 있다”며 “취소 요건에 해당하는 업체가 몇 개인지는 현재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증 취소 결정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차일피일 미루기보다 빠른 의사 결정을 원하는 분위기다. 혁신형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1호 인증 취소 업체가 되면 망신이겠지만 혜택면에서는 크게 잃는 게 없으니 차라리 결정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며 혁신형 제약사 운영 방침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