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나 "발레는 일찍 시집가 섬겨온 남편 같은 존재"
“다시 태어난다면 발레를 하진 않을 거예요. 제가 노력했던 것 그 이상을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여한이 없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 강예나 씨(사진)가 다음달 ‘오네긴’ 무대를 끝으로 은퇴한다. 그는 한국 발레계에서 ‘최초’ 기록을 유난히 많이 갖고 있는 발레리나다. 1989년 한국인으로선 처음 영국 로열발레학교에 입학했고 1994년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1998년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했다. UBC 최연소 수석무용수도 그를 수식하는 타이틀.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오네긴’ ‘심청’의 주역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지난 26년간 발레를 했고 그중 19년을 프로 무용수로 무대에 선 그에게 발레는 어떤 의미일까. “발레는 아주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서 처음으로 섬긴 남편 같아요.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최선을 다해 섬기기로 서약했고 26년간 정말 그렇게 했죠. 이제는 서로 보내줄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는 무용복 브랜드 ‘예나라인’을 만들어 디자이너 겸 사업가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무용 연습복은 무용수들에게 제2의 피부와도 같을 정도로 중요해요. 후배들이 입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