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장악한 안드로이드…PC까지 넘보나
현재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승자는 누가 뭐래도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태블릿 OS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아이패드를 추격하고 있다. 구글은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듬해인 2008년 안드로이드를 내놓았고 삼성전자 HTC 모토로라 등이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아 전체 판매대수에서 아이폰을 추월했다.

그러나 ‘잘나갈 때 위기가 시작된다’는 말대로 안드로이드는 지금 기로에 처해 있다. 매년 새 버전을 내놓다 보니 안드로이드가 버전별로 달라지고 메이커별로 달라지는 등 ‘파편화’가 심해졌다. 이 바람에 개발자들은 두 배, 세 배로 공을 들여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사용자들은 OS가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아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삼성과 중국을 잡은 게 승인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는 올 1분기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75%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 애플 iOS(아이폰)는 17.3%에 그쳤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안드로이드 천하가 된 셈이다. 태블릿 시장에서는 아직 애플 아이패드가 3년 이상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올해 들어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태블릿에서도 안드로이드의 추격이 본격화한 셈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개한 시점은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듬해인 2008년 9월이었다. 안드로이드가 뒤늦게 출발하고도 아이폰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폰에 카운터펀치를 맞은 폰 메이커들이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선봉장인 HTC를 비롯해 나중에 구글에 팔린 모토로라, 현재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1 장수가 된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삼총사’의 공이 컸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를 내놓은 이래 갤럭시S2, S3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안드로이드 돌풍을 주도했다. 나중에는 화웨이, ZTE, 레노버 등 중국 메이커들까지 안드로이드 진영에 뛰어들어 안드로이드 돌풍을 거들었다. 이 바람에 중국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폰이 90%가량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애플은 가입자가 7억명이나 되는 차이나모바일을 공급사로 잡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파편화 해결이 과제
모바일 장악한 안드로이드…PC까지 넘보나
안드로이드가 정상에 올랐다고 하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기존 관행을 깨고 안드로이드 새 버전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개발자들이 좀 더 편하게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해 주는 각종 개발도구를 선보였다. 새 버전을 내놓아 파편화를 심화시키는 대신 기존 버전에서 좀 더 편하게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쪽을 택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새 버전을 내놓지 않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안드로이드 책임자를 ‘안드로이드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부사장에서 순다 피차이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크롬 책임자인 피차이한테 안드로이드까지 맡게 하자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피차이는 당장 통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투로 설명했다.

○타이젠 파이어폭스 등 다크호스도 변수

구글로선 삼성이 오픈소스 OS인 타이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스마트폰, 태블릿뿐만 아니라 TV,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OS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걸고 인텔, 리눅스재단과 손잡고 타이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으로선 구글이 재작년 모토로라를 인수한 터라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차별적, 폐쇄적으로 운영할 위험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계속 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하고, 모토로라 인수 후에도 파트너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드로이드 진영 결속을 장담할 수 없다. 타이젠이든 파이어폭스 OS든 어느 순간 안드로이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기 편하고 쓰기 편하고 각종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OS로 고도화해야 하는 게 숙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