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것으로 밝혀진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 코퍼레이션’의 실체를 파악,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은 3일 “전재국 관련 뉴스타파 기자회견 내용의 진위와 실체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점이 2004년 7월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때가 그의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은닉문제가 불거진 시점이기 때문에 비자금이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도 “그 시점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둘째 아들(재용씨)에게 흘러간 것이 발견됐다”며 “그때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계좌를 개설해 돈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당시 수사·재판과정에서 재용씨 소유의 국민주택채권 가운데 73억원 상당이 전 전 대통령 계좌에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추징하지 않은 사실이 최근에 확인됐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 73억원이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로 갔을 가능성에 대해 “그런 증거는 없다.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김민형 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집행전담팀을 신설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집행전담팀은 재산추적분야 베테랑 검사와 전문수사관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뇌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낸 추징금은 533억원이다. 법원선고 후 312억원을 자진납부했고, 부인 이순자 씨가 200억원을 대납하기도 했다. 미납 추징금은 1672억원이다. 2010년 10월11일 대구공고 체육행사에서 받은 강연료 300만원을 낸 것이 가장 최근의 납부실적이다. 형법규정(78조)에 따라 추징은 시효가 3년이다. 강제추징이 발생하면 시효가 중단됐다가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오는 10월10일이면 또다시 시효가 만료된다. 단, 이때까지 10원이라도 추징하면 시효가 3년간 더 연장된다.

국세청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돈의 출처를 밝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면 불법 증여에 따른 역외탈세를 적용할 수 있다.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일단 재국씨가 돈을 해외로 빼돌렸는지, 이 돈이 아버지 전 전 대통령의 것인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병일/임원기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