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행장 아이디어로 콘텐츠사업팀 출범 1년6개월…17개 작품에 155억원 투자
'연가시' 72%·'베를린' 32% 수익…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기대
가왕(歌王) 조용필의 전국 투어 콘서트 ‘헬로’. 영화 ‘베를린’ ‘연가시’ ‘타워’.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최고다 이순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레미제라블’.
최근 1~2년 새 한국의 대중문화계를 휩쓴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은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 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이 문화계 ‘미다스의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 대는 작품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에 문화콘텐츠사업팀이 생긴 지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성과라는 평가다.
○‘간섭 없다’는 인식에 투자 요청 밀물
기업은행은 2012년 1월 문화콘텐츠사업팀 출범 이후 올 5월까지 17개 작품에 155억원을 투자했다. 이와 별도로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 등의 콘텐츠에 대출해 준 돈은 3659억원에 달한다.
만만찮은 투자액도 주목할 만하지만 높은 수익률(회수한 투자원금을 제외한 금액의 비율)은 더 눈길을 끈다. ‘연가시’는 투자금 6억원에 72.8%의 수익률이 났다. ‘베를린’은 10억원을 넣어 1차 정산(극장 개봉으로 인한 수익)에서만 32% 수익을 냈다. 최근 투자한 조용필의 전국 투어 콘서트도 티켓이 조기매진되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성공 비결에 대해 은행 측은 드라마 영화 등에 투자할 때 감독 의사를 철저히 존중하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투자가 결정되면 작품의 방향이나 배우 캐스팅 등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상 주문형비디오(VOD) 사업자들은 영화에 투자할 때 최대한 빨리 케이블 방송에 내보내려 한다. 방송국에서 돈을 대면 TV 방영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노출 수위부터 액션 장면 등 시시콜콜하게 간섭할 때가 많다. 따라서 기업은행의 이 같은 원칙은 영화계에선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문동열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사업팀 과장은 “창작자 중심의 이 원칙이 소문나면서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오는 감독들이 크게 늘었다”며 “자연히 선택의 폭이 넓어져 투자 성공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작품 제작과 관련한 정보를 빨리 발굴한다는 점도 기업은행의 강점이다. 기업은행은 방송 영화 공연 등 분야별 전문가 44명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자문위원회를 지난해 5월 출범시켰다. 이 자문위원 중 한 명이 그해 10월 뮤지컬 ‘레미제라블’ 제작사 측이 자금유치를 고려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기업은행은 제작사가 투자설명회(IR)를 하기도 전에 접촉, 투자를 성사시켰다.
○작품 안목과 금융기법 시너지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사업단은 조준희 행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조 행장은 2002년 일본 도쿄지점 근무시절 감명 깊게 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다수의 한국인이 참여했다는 점을 알고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역량을 확신했다고 한다. 제조업 중심으로 치우쳐 있는 여신 구조를 문화콘텐츠 등의 비제조부문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은행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조행장은 취임 후 방송 영화 공연 현장의 전문가 3명을 채용하고, 행내 공모를 통해 5명의 직원을 모집해 팀을 꾸렸다.
조 행장은 “문화 전문가들이 작품을 보는 안목과 기업은행의 금융기법이 합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하반기 최고 기대작은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다. 국내외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작품에 기업은행은 11억원을 넣었다. 미국 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를 통해 북미에서 대규모 개봉이 확정됐다. 국내는 8월 개봉 예정이다.
이밴 플레이시는 캐나다 출신 극작가다. 플레이시는 1983년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공연 애호가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접하고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여덟 살 때 예술학교에 진학해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자신이 연출과 극작에 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친 이후 극본을 쓰고 연극을 연출하기 시작했다.대학 졸업 후 그는 영국 런던에 있는 극장 ‘해크니 엠파이어’에 프로듀서로 들어간다. 2010년에는 첫 장편 희곡 ‘그의 어머니’(The Mother of Him)를 발표해 극작가로 데뷔했다. 강간 혐의로 형을 선고받은 아들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 본성과 모성애를 탐구한 이 연극은 평단으로부터 극찬받으며 캐나다, 영국 등에서 무대에 올랐다. ‘그의 어머니’로 플레이시는 캐나다 극작가상, 킹스 크로스 어워드 신작 희곡상을 받았다.이후에도 성전환자, 감옥에서 태어난 아기 등 소외된 인물을 조명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구교범 기자
"예상 대기시간 세 시간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지난해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행사장인 자르디니 공원 북부에 들어선 이집트관의 현장 안내 요원이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80개 넘는 참가국이 각자 조성한 전시장 중에서도 이집트관은 유독 장사진을 이뤘다. 이유는 하나. 영상과 소리, 설치작업으로 전시장을 무대처럼 꾸민 이집트 작가 와엘 샤키(54)의 존재감 때문이었다.샤키는 이집트 우라비혁명(1897~1882)을 다룬 '드라마 1882'를 당시 선보였다. 70여년간 이어진 영국의 이집트 식민 지배의 단초를 제공한 사건이다. 아랍권 출신인 작가는 이날의 기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현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뮤지컬 같은 45분짜리 영상이 관객을 매혹했다"고 평했고, 영국 아트리뷰는 '2024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 6위에 샤키를 언급했다.이런 샤키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소격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와엘 샤키: 텔레마치와 다른 이야기들'에 작가가 2000년대에 만든 초기 비디오 작업이 나와 있다. '텔리마치' 시리즈(2007~2009) 등 영상 6점을 비교적 적은 대기시간을 들여 여유롭게 만날 기회다.역사의 통·번역사를 자처하는 샤키의 작업은 '기록된 역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집트 출신인 그는 1970년대 원유 사업이 떠오르던 시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이민 갔다. 베두인족 등 토착 민족의 전통과 현대화의 물결이 충돌하던 시절이다. 서구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에 의문을 품은 작가는 아랍 사회의 모순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이번 전시에 걸린 3
봉준호 감독(사진)의 신작 ‘미키 17’이 한국 감독 연출작으로는 처음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선 누적 관객 10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며 흥행 조짐을 보인다. 다만 개봉 첫 주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억달러에 이르는 제작비를 회수하기에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 첫 주 773억원 수입…손익분기점 넘길까9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봉 감독의 ‘미키 17’이 지난 주말 사이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7일 개봉한 뒤 사흘간 북미 3807개 상영관에서 1910만달러(약 277억원)의 티켓 수입을 벌어들였다. 전 세계 흥행수입은 5330만달러(약 773억원)를 넘어섰다.앞서 영화계에서 예상한 북미 지역 개봉 첫 주 수입인 2000만달러를 밑돈 수치다.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는 이 영화 제작에 1억8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글로벌 마케팅에 8000만달러가량을 추가로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 관계자는 “흑자를 내려면 약 3억달러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 셈”이라며 “(워너브러더스로선) 슬픈 주말이 됐다”고 했다.‘미키 17’은 미국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트에선 평론가 점수 78%대를 기록했다. 봉 감독의 전작 ‘기생충’의 신선도 점수인 99%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워너브러더스의 글로벌 배급 담당 제프 골드스틴 사장은 “(세계 수입) 약 5300만달러로 시작한 것은 좋은 숫자”라며 “(아이맥스 등) 프리미엄 포맷에서의 강점이 입소문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봉 감독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다면 후회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