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부실 판매·부당 채권추심…200명 이상 요구땐 '국민검사청구' 가능
금융회사에 의한 불이익이나 피해를 당했다면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편리하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200인 이상이 요구하면 심사를 통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 제도도 최근 도입했다.

○권익 침해시 금감원에 직접 검사 요청

소비자가 금융사로부터 권익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하면 금감원에 직접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금감원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 중인 국민검사청구제도다. 200명 이상의 피해자가 금감원에 검사를 청구해 소비자 스스로 권리를 구제하는 방식이다.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으면 청구인이 될 수 있다. 과거 저축은행 피해의 경우 200명 이상 피해자가 민원 신청을 했던 사례 등을 고려했다.

금융사의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 처리로 소비자 이익이 침해당하거나 우려되는 사안이 검사청구 대상이다. 그러나 △재판 수사 등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항 △금감원에서 검사했거나 검사 중인 사항 △금융사의 업무 처리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난 사항은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적 이슈도 검사 청구 대상에서 뺐다. 특히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한 금융사의 영업 행위에 지장을 줄 목적으로 청구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신청이 기각된다.

다만 이미 검사한 사항이라도 중요 사항이 새로 드러나 재검사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검사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검사 청구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위원 4명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한 달 이내에 검사 청구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 국민검사청구 결과는 청구인 대표에게 필요한 조치를 마친 때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보된다.

권인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200명 이상이 민원을 신청하는 사례가 연평균 4~5건이라는 점을 고려했으며 시행 과정에서 보완할 것”이라며 “심의에서 채택되지 않더라도 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별도로 검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청구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구 요건이 200명 이상인데 이런 규모의 피해자가 신청하려면 대규모 금융사고가 아니면 쉽지 않아서다. 국민검사 청구 제외 대상도 많아 신청 시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금감원이 기존에 해온 금융사 검사에서 벗어나는 범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국민검사청구제를 도입한 것은 훌륭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싶지만 청구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이미 금감원에서 운영 중인 민원신청이 더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민원 처리 어떻게 이뤄지나

금융상품 부실 판매·부당 채권추심…200명 이상 요구땐 '국민검사청구' 가능
금감원의 민원 처리 절차를 활용하면 금융사에서 당한 피해를 어렵지 않게 구제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금융상담, 민원(분쟁)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상담을 이용하려면 소비자가 금감원을 방문해 대면상담하거나 통합콜센터(1322)를 통하면 된다. 대면 상담은 금감원 본원과 4개 지원 및 5개 출장소에서 이뤄진다. 유선상담은 전국 어디서나 ‘1322’만 누르면 전문상담원과 연결되고, 통화 중엔 연락처를 남겨두면 전화가 자동으로 연결된다. 전문상담원 32명이 배치돼 대면 및 유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금융거래와 관련한 감독제도·절차에 대한 질의와 불만사항,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등에 대한 안내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융거래 관련 피해 구제, 금융회사의 법규 위반, 비위 사실 고발 등 사실관계 확인을 통한 민원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공식적인 민원(분재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다. 처리 대상은 소비자가 직접 접수한 민원과 국민신문고, 대통령비서실,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소비자원, 금융위원회,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타 기관에서 이첩돼온 민원이다.

금감원은 접수된 민원(분쟁) 내용을 검토한 뒤 직접 처리하거나 금융회사에 이첩한다. 금융회사의 법규 위반 및 부당 행위 고발성 민원이나 금융제도 및 법규 해석을 요구하는 민원 등은 담당자가 직접 처리하게 된다. 다만 민원을 직접 처리하기 전엔 자율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예를 들어 보험금 지급 요청, 채무감면 또는 분할 변제 요구, 신용카드 연회비 청구 철회 요청 등과 같은 민원의 경우 민원인이 금융사에 동일한 민원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금융회사와 민원인이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나 경영방침에 대한 의견 또는 해명 요구 등 금융회사가 직접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민원은 해당회사로 넘긴다. 경미한 사항이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엔 단순 이첩하고,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금융회사 민원처리 결과에 따라 금감원이 재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첩공문에 명시하는 ‘회보이첩’이라는 방식을 택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금융 민원 제기

금감원에 들어오는 민원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2년 접수한 민원은 9만5000건으로 전년보다 11.9% 늘었다. 권역별로는 보험 부문이 4만8000건으로 18.8% 급등했고, 은행·비은행은 4만3000건으로 7.0% 늘었다. 금융투자는 10.2% 줄어든 3만5000건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외형 경쟁을 벌인 탓에 전화마케팅(TM)이나 인터넷판매 등 비대면 채널로 상품을 팔 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민원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보험회사의 사고조사와 지급심사를 강화한 데 따른 불만도 많았다. 은행·비은행 부문은 불법·부당 채권추심에 시달린다는 민원이 많았다. 금융회사가 계약서와 다른 금리를 적용하거나 미리 알리지 않고 금리를 올렸다는 민원 사례도 속출했다. 금융투자 부문은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조사 요청 등 주식매매와 관련한 민원이 주를 이뤘다.

금감원은 민원이 많은 회사는 감축 방안을 스스로 마련·시행하도록 지도하고 두 분기 연속 민원 발생 건수가 상위에 속하면 상시 감시로 내부 통제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 나갈 예정이다. 민원이 특히 많은 보험권역은 불완전판매, 보험금 산정·지급 불만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