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행정부의 쌍두마차인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터키 전역을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 대처에서 엇박자를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압둘라 귤 대통령은 어느 정도 시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자제를 촉구하는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극단주의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강공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두 인물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당면한 정치적 상황에서 다른 셈법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터키의 헌정질서와 정치구조에 따르면 터키는 총리 중심의 내각책임제와 내각을 견제할 수 있는 실권적 대통령제를 병행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2001년 이슬람계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해 당수가 됐고, 2003년 3월 총선에서 이겨 총리로 취임한 이후 3연임에 성공했다.

10년째 장수 총리다.

같은 AKP 출신의 압둘라 귤은 2002년 AKP의 총선 승리로 총리가 됐으나, 5개월 뒤 에르도안에게 총리직을 양보하고 2007년 8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나 터키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직선제와, 임기를 7년 단임에서 연임 가능한 5년으로 바꾸는 개헌안을 의결하고 내년에 개헌 후 첫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문제는 에르도안 총리와 귤 대통령 모두 터키의 첫 직선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는 데 있다.

양측은 갈등설(說)을 부인하지만, 각종 현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것을 보면 실상은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터키 시민들은 대선에서 에르도안 총리보다는 귤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귤 대통령은 "민주주의라는 것은 선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선거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견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의 보좌역은 "에르도안 총리는 100년에 한번 나올 만한 리더"라면서 "에르도안 총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앙카라<터키> AP=연합뉴스)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