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생산·판매·마케팅 전략을 펴고 현지 딜러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베이징현대차 2공장 직원이 중국형 아반떼인 ‘위에둥’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한경DB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생산·판매·마케팅 전략을 펴고 현지 딜러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베이징현대차 2공장 직원이 중국형 아반떼인 ‘위에둥’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한경DB
현대차, 中 마케팅 新전략은 '세분화'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시장 마케팅 전략을 확 바꾼다. 중국 내 판매차량을 고객의 소득 수준·취향 등을 고려해 세분화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생산·판매·마케팅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달부터 중국 지역 차급 분류 기준을 종전 9개에서 25개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중국 판매차량을 경차(A, B)-소형(C1)-준중형(C2)-중형(D1, D2)-대형(E)-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다목적 레저차량(MPV) 등으로 구분했다. 차량 크기만을 고려해 시장을 나눈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차급 내에서도 서로 다른 고객의 요구를 맞춰주기 어려웠다. 내수 규모가 100만~200만대인 곳에서는 이런 분류 방법이 통할 수 있지만 한 해 2000만대에 가까운 차가 팔리는 중국 시장은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0만원 안팎의 가격 차이가 나는 엑센트와 베르나는 국내에선 똑같은 소형차로 분류하지만, 중국에선 전혀 다른 차급으로 본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모두 689만대로 한국의 전체 자동차 생산량보다 많다”며 “소형차와 준중형차로만 나눠서는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소형·준중형 차급을 8가지로 세분화했다. 엑센트·베르나·리오·K2 등 네 가지 모델을 소형차(C1)로 분류했던 것을 앞으로는 소형 해치백 차량을 뜻하는 ‘C1 해치’(베르나 해치, K2 해치),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C1 로’(엑센트, 리오), 가격이 조금 더 비싼 ‘C1 하이’(베르나, K2) 등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준중형차도 종전에는 ‘C2’로 일괄적으로 구분했지만 ‘C2 해치’ ‘C2 엔트리’ ‘C2 로’ ‘C2 미드’ ‘C2 하이’ 등 5개 차급으로 세분화했다. D1, D2 등 두 차급으로 나눴던 중형차도 ‘D 로’ ‘D 미드’ ‘D 하이’ 등 세 차급으로 나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 연말 출시 예정인 중국 전략차량 미스트라(현지명 밍투)는 YF쏘나타보다 싸고 아반떼MD(랑둥)보다는 비싸 ‘D 로’ 차급에 속하게 된다.

SUV와 MPV 차급도 11개 차급으로 재분류했다. 현대·기아차는 새로 도입한 25개 차급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마케팅 전략도 다시 짜기로 했다. 월간·연간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경쟁 업체들의 동향을 분석해 잘 팔리는 차급 물량을 늘리는 등 생산·판매전략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가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는 까닭은 GM,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이 최근 잇따라 중국 현지공장 증설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2015년까지 중국 생산량을 500만대로, 폭스바겐은 360만대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364개인 현지 딜러를 올 연말까지 1530개로 늘리는 등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