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M&A 포럼] 유럽 백화점·패션업체 등 6000곳 세일 중…한국 기업에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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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딜로이트안진 공동 주최
지중해 럭셔리 리조트·와이너리 낀 고급 호텔 매물로
소비재에서 IT·자동차부품업체까지 '알짜' 수두룩
재정위기로 유럽기업 가치 하락…지금이 매입 적기
지중해 럭셔리 리조트·와이너리 낀 고급 호텔 매물로
소비재에서 IT·자동차부품업체까지 '알짜' 수두룩
재정위기로 유럽기업 가치 하락…지금이 매입 적기
▶마켓인사이트 6월4일 오후 2시26분
지중해와 맞닿은 곳에 자리잡은 이탈리아의 럭셔리 리조트와 ‘명품와인’ 산지에 있는 와이너리 및 호텔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회사 매각 세일즈’에 나섰다. 영국 전역에 60여개 백화점을 거느린 하우스오브프레이저와 영국의 ‘국민 에너지드링크’로 불리는 루코제이드 등도 향후 한국기업이 인수할 수 있는 잠재 매물로 지목됐다.
글로벌 재무자문 업체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유럽 인수합병(M&A) 포럼’에서 유럽 M&A 시장과 매물 기업 현황을 소개했다. 이날 포럼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등 10대 그룹과 삼라마이더스(SM) 이랜드 농심 빙그레 에스엘 등 중견그룹의 M&A 담당자 300여명이 참석, 유럽 M&A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과자·음료업체부터 백화점·리조트까지
딜로이트는 한국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매물로 백화점 식음료 등 소비재와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부품업체를 꼽았다.
영국에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이 보유하게 된 하우스오브프레이저 백화점과 사모펀드(PEF)가 소유한 버튼스비스킷 등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 하우스오브프레이저 백화점은 매각 예상가격이 8500억원대로 아시아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루코제이드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GSK가 제약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음료부문을 처분키로 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9개 수영장과 20여개 레스토랑, 158개 객실을 갖춘 럭셔리 리조트인 포르테빌리지가 한국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3000억원 이상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리조트는 세계 50대 휴양지로 꼽히는 지중해 연안 샤르데냐 지방에 자리잡고 있다.
‘명품 와인의 산지’로 꼽히는 토스카나 지방에 와이너리를 포함한 고급 호텔도 매물로 나왔다. 엘리오 밀란토니 딜로이트 이탈리아 M&A 총괄대표는 “이랜드 등 해외 리조트 인수에 관심이 있는 몇몇 한국기업에 인수 제안을 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제조업체 중에는 실라그룹이 매물로 나와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자를 찾고 있다. 실라는 피아트그룹에 부품을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한국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로 소개됐다.
식음료 분야에선 파스타 제조업체인 파스타자라와 토마토소스 메이커인 무티 등이 새 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패션 분야에선 스테파넬 보르보네제 리플레이 브루노말리 등 유명 브랜드들이 매물로 거론됐다.
◆6000여개 유럽기업이 잠재 매물
마크 패시티 딜로이트 글로벌 M&A 총괄대표는 “전세계 PEF들이 2009년 이전에 인수한 유럽 기업이 6000개에 달한다”며 “인수한 지 4~5년이 지나면 투자회수에 들어가는 PEF의 속성상 이들 기업 대부분이 현재 매물로 나왔거나 1~2년 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M&A 시장에선 글로벌 자금이 PEF를 통해 사들였던 기업들을 대거 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PEF가 소유한 잠재 매물은 영국에만 1500개, 유럽전역에 6000개에 달한다는 게 딜로이트의 설명이다.
PEF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텔레콤,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일컫는 이른바 ‘TMT’가 26%로 가장 많다. 제조업(19%), 소비재(15%), 생활과학 및 헬스케어(14%), 컨설팅 등 비즈니스 서비스(11%)가 뒤를 이었다.
◆“한국 기업의 유럽 사냥 적기”
딜로이트는 최근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유럽 기업의 ‘디스카운트’ 현상과 원화 강세가 맞물린 사실을 들며 “한국 기업이 유럽 기업을 인수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굴지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M&A 담당자들은 물론 보고펀드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운용사 담당자까지 총출동한 것도 ‘지금이 유럽기업을 인수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낼만한 유럽기업이 있는 지 살펴보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의 ‘유럽 사냥’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설계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영국 웨소를 인수했다. 한화는 독일의 태양광 기업인 큐셀을 손에 넣었다. 이랜드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만다리나덕과 코치넬리를 차례로 사들였다.
현재진행형인 사례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안살도에네르기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녹십자는 영국 바이오기업 PRUK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이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여파로 ‘영역 확장’에 제동이 걸리자 해외기업 인수를 통한 ‘영토 확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보유현금이 풍부하고 유럽시장에 관심이 많은 SK GS 한화 롯데그룹 등이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수정/오상헌/정영효 기자 agatha77@hankyung.com
글로벌 재무자문 업체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유럽 인수합병(M&A) 포럼’에서 유럽 M&A 시장과 매물 기업 현황을 소개했다. 이날 포럼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등 10대 그룹과 삼라마이더스(SM) 이랜드 농심 빙그레 에스엘 등 중견그룹의 M&A 담당자 300여명이 참석, 유럽 M&A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과자·음료업체부터 백화점·리조트까지
딜로이트는 한국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매물로 백화점 식음료 등 소비재와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부품업체를 꼽았다.
영국에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이 보유하게 된 하우스오브프레이저 백화점과 사모펀드(PEF)가 소유한 버튼스비스킷 등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 하우스오브프레이저 백화점은 매각 예상가격이 8500억원대로 아시아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루코제이드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GSK가 제약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음료부문을 처분키로 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9개 수영장과 20여개 레스토랑, 158개 객실을 갖춘 럭셔리 리조트인 포르테빌리지가 한국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3000억원 이상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리조트는 세계 50대 휴양지로 꼽히는 지중해 연안 샤르데냐 지방에 자리잡고 있다.
‘명품 와인의 산지’로 꼽히는 토스카나 지방에 와이너리를 포함한 고급 호텔도 매물로 나왔다. 엘리오 밀란토니 딜로이트 이탈리아 M&A 총괄대표는 “이랜드 등 해외 리조트 인수에 관심이 있는 몇몇 한국기업에 인수 제안을 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제조업체 중에는 실라그룹이 매물로 나와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자를 찾고 있다. 실라는 피아트그룹에 부품을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한국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로 소개됐다.
식음료 분야에선 파스타 제조업체인 파스타자라와 토마토소스 메이커인 무티 등이 새 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패션 분야에선 스테파넬 보르보네제 리플레이 브루노말리 등 유명 브랜드들이 매물로 거론됐다.
◆6000여개 유럽기업이 잠재 매물
마크 패시티 딜로이트 글로벌 M&A 총괄대표는 “전세계 PEF들이 2009년 이전에 인수한 유럽 기업이 6000개에 달한다”며 “인수한 지 4~5년이 지나면 투자회수에 들어가는 PEF의 속성상 이들 기업 대부분이 현재 매물로 나왔거나 1~2년 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M&A 시장에선 글로벌 자금이 PEF를 통해 사들였던 기업들을 대거 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PEF가 소유한 잠재 매물은 영국에만 1500개, 유럽전역에 6000개에 달한다는 게 딜로이트의 설명이다.
PEF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텔레콤,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일컫는 이른바 ‘TMT’가 26%로 가장 많다. 제조업(19%), 소비재(15%), 생활과학 및 헬스케어(14%), 컨설팅 등 비즈니스 서비스(11%)가 뒤를 이었다.
◆“한국 기업의 유럽 사냥 적기”
딜로이트는 최근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유럽 기업의 ‘디스카운트’ 현상과 원화 강세가 맞물린 사실을 들며 “한국 기업이 유럽 기업을 인수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굴지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M&A 담당자들은 물론 보고펀드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운용사 담당자까지 총출동한 것도 ‘지금이 유럽기업을 인수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낼만한 유럽기업이 있는 지 살펴보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의 ‘유럽 사냥’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설계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영국 웨소를 인수했다. 한화는 독일의 태양광 기업인 큐셀을 손에 넣었다. 이랜드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만다리나덕과 코치넬리를 차례로 사들였다.
현재진행형인 사례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안살도에네르기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녹십자는 영국 바이오기업 PRUK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이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여파로 ‘영역 확장’에 제동이 걸리자 해외기업 인수를 통한 ‘영토 확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보유현금이 풍부하고 유럽시장에 관심이 많은 SK GS 한화 롯데그룹 등이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수정/오상헌/정영효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