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터키 채권투자자 "나 어떡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확대로 선진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브라질 인도 터키 멕시코 등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유입됐던 해외 자금들이 대거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채권시장은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과 통화가치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주요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신흥국 채권은 브라질 국채만 1조7000억원어치(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개사 합계)가 넘는다. 인도, 멕시코, 터키 국채 등을 합치면 2조원가량의 신흥국 채권이 올해 판매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브라질·터키, 통화가치 급락

브라질·터키 채권투자자 "나 어떡해"
대신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3일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0.51%로 한 달 전보다 1.03%포인트 올랐다. 브라질 통화정책위원회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연 7.5%에서 연 8.0%로 0.5%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4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5월 중순 현재 연 6.46%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은 한 달 새 7.8%가량 하락했다.

문제는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상승(헤알화 가치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해외 자금이 대거 브라질을 떠나면서 달러당 헤알화 가치는 4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2009년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1차 양적완화 이후 중남미 채권 시장에 유입된 금액의 25%가 최근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헤알당 575원이던 원·헤알 환율은 3일 현재 헤알당 527원으로 8.43% 하락했다.

◆멕시코·인도 등도 위험

터키 멕시코 인도 등 다른 신흥국 채권 시장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3일 터키 국채 금리(10년물 기준)는 연 7.02%로 한 달 전보다 0.85%포인트 올랐다. 원·리라 환율은 4월 초 리라당 639.76원에서 3일 596.29원으로 하락했다. 멕시코 국채 금리도 0.93%포인트 상승했지만 원·페소 환율은 되레 하락했다. 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그나마 인도가 경제회복 기대감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거시 경제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이먼 루돌프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채권 금리 상승 이후 이자수익을 노리고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신흥국 국채 시장이 약세를 보이겠지만 거시경제 여건이 건실한 국가들은 금리 및 환율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라며 “오히려 높은 금리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