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 영장' 갈등 봉합나섰지만…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에 대해 이르면 5일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이로써 원 전 원장 처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이 봉합될지 주목된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원 전 원장에 대해 조만간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원 전 원장을 둘러싼 검찰 내부 이견 노출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있고 그 가운데 공통 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어제 (채동욱) 검찰총장님과 술을 마셨는데 분위기가 좋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채 검찰총장도 이날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확대 간부회의에서 “검사는 수사의 최종 결과로 인정되는 사항을 공소장과 불기소장으로만 말해야 한다”며 “검찰 업무에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검찰과 법무부 간 이견 노출이 불거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과 국책사업을 홍보하는 댓글을 단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민모 심리정보국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원 전 원장에게 적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다.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등 팀내 특수부 출신 검사들은 “특정 후보에 유리한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선거법 적용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차장 등 공안검사 출신들은 “적용 법조문 등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견을 냈다. 국정원의 대선 간여 의혹이 수사와 재판의 쟁점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신중론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관과 검찰총장 간 수사지휘권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지휘권을 행사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낸 적이 있다. 이 차장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수면 아래로 완전히 잠복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법무부 장관이 과잉 충성을 하는 것 같다”며 “장관이나 검찰총장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옷을 벗을 사안인데 어떻게 되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