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결국 법정관리…5조 빚 압박 못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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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조기 정상화 위한 불가피한 선택"
팬오션 대표이사 유천일 씨
팬오션 대표이사 유천일 씨
법정관리 신청을 통한 STX팬오션 회생 계획에 대해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의 실사 결과 인수가 어렵다는 잠정 결론이 나오긴 했지만 해운업계 파장 등을 고려할 때 결국 산은이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팬오션 인수 문제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산은은 인수가 어렵다고 버텼고, 금융당국은 떠안으라고 강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사모펀드(PE)를 만들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난달 중순 회사 재무구조가 너무 좋지 않아 인수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내렸다.
가장 큰 부담은 은행 채권 7000억원, 회사채 1조2000억원, 선박금융 2조5000억원 등 5조원에 달하는 부채였다. 당장 조선해양 등 STX그룹의 조선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도 힘이 벅찬 상황에서 팬오션 부채까지 떠맡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산은은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법정관리나 자율협약을 거쳐 인수 또는 매각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법정관리 등은 회사채 시장을 경색시킬 수 있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주 초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 조선 계열사들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팬오션은 일단 법정관리로 가는 게 낫다”며 “기초 체력이 튼튼해 법정관리를 받아도 이른 시일 안에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팬오션은 글로벌 기업들과 맺은 장기운송 계약이 파기되는 등 영업상의 불이익은 일부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STX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돼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과정 등이 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팬오션은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해운사다. 석탄 곡물 등 포장하지 않는 화물을 나르는 벌크선 부문에선 국내 1위다. 당장은 해운 시황이 바닥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기만 돌아서면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해운사로 평가받는다.
STX그룹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은 이미 그룹에서 떼어내 매각하기로 한 데다 다른 계열사들과의 지분 관계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산은에 인수되더라도 (주)STX 등이 가진 팬오션 지분은 감자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법정관리가 되면 채무가 동결되고 담보 여부 등에 따라 상환 순서가 정해진다.
STX팬오션은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출발해 1984년 범양상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199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2002년 졸업 후 2004년 STX그룹으로 인수됐다.
한편 5일 증시에서는 팬오션과 (주)STX가 하한가까지 추락했고 조선해양(-9.26%), 중공업(-6.17%), 엔진(-13.75%) 등 STX 계열사들이 급락세를 보였다.
STX팬오션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유천일 경영지원부문 부사장(56)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배선령 전 대표는 경영 악화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
산은과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팬오션 인수 문제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산은은 인수가 어렵다고 버텼고, 금융당국은 떠안으라고 강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사모펀드(PE)를 만들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난달 중순 회사 재무구조가 너무 좋지 않아 인수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내렸다.
가장 큰 부담은 은행 채권 7000억원, 회사채 1조2000억원, 선박금융 2조5000억원 등 5조원에 달하는 부채였다. 당장 조선해양 등 STX그룹의 조선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도 힘이 벅찬 상황에서 팬오션 부채까지 떠맡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산은은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법정관리나 자율협약을 거쳐 인수 또는 매각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법정관리 등은 회사채 시장을 경색시킬 수 있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주 초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 조선 계열사들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팬오션은 일단 법정관리로 가는 게 낫다”며 “기초 체력이 튼튼해 법정관리를 받아도 이른 시일 안에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팬오션은 글로벌 기업들과 맺은 장기운송 계약이 파기되는 등 영업상의 불이익은 일부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STX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돼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과정 등이 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팬오션은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해운사다. 석탄 곡물 등 포장하지 않는 화물을 나르는 벌크선 부문에선 국내 1위다. 당장은 해운 시황이 바닥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기만 돌아서면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해운사로 평가받는다.
STX그룹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은 이미 그룹에서 떼어내 매각하기로 한 데다 다른 계열사들과의 지분 관계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산은에 인수되더라도 (주)STX 등이 가진 팬오션 지분은 감자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법정관리가 되면 채무가 동결되고 담보 여부 등에 따라 상환 순서가 정해진다.
STX팬오션은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출발해 1984년 범양상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199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2002년 졸업 후 2004년 STX그룹으로 인수됐다.
한편 5일 증시에서는 팬오션과 (주)STX가 하한가까지 추락했고 조선해양(-9.26%), 중공업(-6.17%), 엔진(-13.75%) 등 STX 계열사들이 급락세를 보였다.
STX팬오션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유천일 경영지원부문 부사장(56)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배선령 전 대표는 경영 악화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