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3’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 지원단장, 홍 의원,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3’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 지원단장, 홍 의원,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개성공단 사태로 도발은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줌으로써 남북간 신뢰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신뢰프로세스’를 넘어 ‘신뢰의 진전(progress)’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북 자세가 필요하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현 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3’에서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가동되기 위해 아직은 북한을 신뢰하기 어려운 만큼 확고한 원칙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가 신뢰프로세스 가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각을 세웠다.

○대북정책 ‘진화’ 대 ‘한계’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과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평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심 의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진화하는 대북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정부의) 햇볕정책은 북한의 도발에 보상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고 이명박정부는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걸면서 남북관계 경색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북핵불용, 대북제재 강화로 핵개발을 저지하면서도 신뢰 구축과 함께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협을 추진한다는 구상으로 지난 대북정책의 공은 취하고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진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출범 전부터 남북관계에서의 비현실적 상호주의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 협력 및 대담한 접근을 통해 남북이 ‘윈윈’하는 협력 기반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며 “원칙을 지킨다고 아무 일도 진행하지 않는 게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원칙을 지킬 때 원칙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뢰프로세스 실현 위한 제언

참석자들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이어진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신뢰프로세스 가동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정부의 최근 정책 흐름은 신뢰프로세스에 기대했던 유연성,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근 밝힌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할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남북이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간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신뢰’가 대화의 전제인지 대화를 통해 달성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상의 구상에서 지상의 정책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프로세스의 가동을 위해 대북정책 목표를 단기적으로 북한의 대남 태도 변화,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 변화로 세분화하고 신뢰프로세스 역시 신뢰를 만들어가는 프로세스와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는 프로세스로 나누는 등 구체화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 시대 국가 전략으로 발표한 ‘경제·핵 건설 병진정책’(핵보유와 경제발전을 함께 추진한다는 정책)을 주목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북한의 ‘경제·핵 건설 병진정책’을 ‘경제·비핵안보 건설 병진정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창의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성공단 해법은

남북관계 최대 현안인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초 개성공단에서 우리 측 인원이 전원 귀환한 뒤 정부는 공단에 남아 있는 원부자재·완제품 반출을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정부가 원자재·완제품 반출을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을 공단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있다”며 “실무회담이라는 원칙에 얽매이기보다 공단을 살릴 수 있도록, 두 부모 사이에서 아이를 반토막 내지 않고 아이를 살리는 방법을 택했던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서 단장은 “공단 정상화를 위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만 당국 간 실무회담은 건너뛸 수 없는 ‘필수과목’”이라고 반박했다. 입주 기업인 방북을 위해서는 군사분계선 통과, 신변안전 보장에 대해 남북 당국 간 논의가 필수인 만큼 당국 간 실무회담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제안한 민간 차원의 대화는 신뢰 구축과 먼 태도라는게 서 단장의 평가다.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이 적극적으로 만남의 기회를 만들라는 주문도 나왔다. 남북간 대화 자체가 어려운 상태일수록 다양한 형태의 소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개성공단 상황을 놓고 남북이 지나치게 기싸움하는 모습은 신뢰프로세스의 진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수영/정성택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