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 바보연기 점수는… B”
[김보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때론 바보 같은 남자가 더 매력적이다.

댄디한 이미지에 까칠한 매력으로 왠지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은 배우 김수현이 반전 매력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여름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에서 잠파노 역으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로 돌아올 줄 알았던 김수현은 후속작으로 바보를 선택했다. 그는 왜 멋진 역할을 마다하고 바보를 선택했을까. 바보가 되어 돌아온 그에게 물었다. "김수현이 느낀 바보의 매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수현과 만나 영화 '위대하게 은밀하게'(감독 장철수, 제작 MCMC)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후속작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사실 웹툰의 인기에 작품을 선택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원류환'을 내가 갖고 싶다는 욕심이 가슴 한 켠에 있었다"면서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웹툰을 자세히 봤다. 이후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선택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누적조회수 2.5억뷰를 기록하며 온라인을 달군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극중 김수현은 북한 최고의 엘리트 요원 원류환 역과 동시에 간첩 신분을 감추기 위해 위장한 동네 바보 동구 역을 맡아 극과 극의 매력을 뽐낸다.

◆ 꽃미남 김수현, 제대로 망가졌다 '슬럼프를 이겨낸 바보 연기'

2012년 김수현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숙하고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당시 김수현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해품달' 때는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크게 아쉬운 점이 많았고 내 연기가 한계에 닿은 것 같았다. 극중 이훤(김수현)이 정치를 하고 심리전을 벌이는 과정을 연기하며, 부족한 것이 느껴지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크게 아쉬웠다"라며 "이번 영화 역시 아쉬움이 있지만 촬영하는 내내 바보 연기를 하며 즐거웠다. 현장에서 있는 마음이 가볍고, 바보 분장을 하면 왠지 나도 모르게 신이 나더라. 그런 기분은 처음 느꼈다"고 털어놨다.

"'해품달' 이후 인기도 얻고 광고를 찍게 되는 등 기회가 많이 생겼다. 그런데 그만큼 책임감이 강해지고 무거워지더라. 부담도 많이 느끼고, 자연스레 조심할 것이 많아지면서 겁이 많아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집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집 안에 혼자 있으니 작아지는 게 느껴지고, 사람이 멋이 없어지더라. 겁쟁이가 되고… 그렇게 되는 것이 싫었다. 한 번 씩 용기를 내서 '자전거라도 타야겠다'라며 밖에 나가서는 다시금 금방 들어왔다. 그러던 중 '은밀하게 위대하게' 바보 연기를 하게 되었고, 내 안에 겁쟁이들이 많이 극복됐다. 바보는 바보니까 맘껏 망가져도 되니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내 마음속 갈증들을 많이 해소 시켰다"
[인터뷰]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 바보연기 점수는… B”
김수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콧물 씬과 노상방변 에피소드로 정말 제대로 망가졌다. 특히 팬티 노출 등 노골적인 바보 연기임에도 김수현 역시 즐기는 듯했다. 이에 재밌는 에피소드를 말해달라는 주문에 "나 스스로 놀랬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바보 연기를 하며 과연 나를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콧물 촬영을 찍게 됐다. 촬영은 바보처럼 콧물을 흘리는 것으로 한쪽 콧구멍에 콧물 장치를 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당시 리얼하게 휴지를 말아서 코를 간지럽게 하니 진짜 기침이 나더라. 이상하게도 콧물 장치는 한쪽에만 했는데 양쪽에서 콧물이 나왔다. 더럽나? (웃음)"

이외에도 김수현은 노상방변을 잘하기 위해 영구, 맹구, 류승룡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바보연기를 연구했으며, 자신도 모르게 바보가 돼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밝혔다. 바보 연기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아직도 영락없는 순수한 동구였다.

그렇다면 김수현이 생각하는 바보 연기 점수는 몇 점일까. 그는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에 "내 스스로 '해품달' 이훤 연기에는 C+을 준 적이 있다. 이번 바보 연기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B에서 B-를 주고 싶다. 애매한가?"라고 웃으며 답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복학해 2학년 생활을 즐기고 있는 김수현은 점수도 학점처럼 줘 웃음을 자아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김수현이 영화 속에서 바보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영화 후반 카리스마 넘치는 간첩으로 변신해 화려한 액션을 펼치며 남성미를 발산한다.

"액션은 잠깐이라도 정신을 놔버리면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긴장의 연속이었다. 액션 장면을 찍으며 부상을 입을 뻔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대신 정장을 여섯 벌 해 먹었다. (웃음)"

그는 극중 카리스마로 손꼽히는 배우 손현주와 액션 대결을 펼친다. 특히 이 장면은 마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박중훈과 안성기의 빗속 주먹다짐을 연상케 한다.

"다른 액션 상대보다도 손현주 선배랑 할 때는 더 잘해야지 하는 긴장감이 있었다. 때리는 액션보다는 손현주 선배에게 맞고 나서의 액션 반응을 더 잘하고 싶었다"고.

반면 김수현은 액션 연기에 제일 편한 상대로 꽃간첩 막내 이현우를 꼽았다. 이에 "때리는 게 더 편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에 대답을 안 하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은근 수긍한 것.
[인터뷰]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 바보연기 점수는… B”
"원작 웹툰을 볼 때 든 생각인데, 영화관에 오셔서 마음을 푹 놓고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성의 없이 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자연스레 '어?!'하고 빠져드는 반응이 오면 최고로 기쁠 것 같고, 열린 엔딩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건 100% 좋을 것 같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찍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한편 김수현이 바보 동구와 카리스마 넘치는 간첩 원류환을 오가며 1인 2역을 펼치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 최정예 스파이 3인방이 조국통일이라는 원대한 사명을 안고 달동네로 남파돼 슈퍼집 바보(김수현), 가수 지망생(박기웅), 고등학생(이현우)로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휴먼 드라마다. 6월5일 전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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