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드라마 ‘나는 나의 아내다’
모노드라마 ‘나는 나의 아내다’
모노드라마 무대에는 단 한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배우는 작품에 따라 한 인물만 깊숙이 파고들거나 여러 인물로 변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연기한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여러 배우가 충돌하며 극적 재미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혼자서 쉴 새 없이 말하고 움직이며 등장인물의 심리적인 변화와 감정선을 표현한다. 배우는 자신의 연기력과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관객들은 배우가 가진 에너지와 역량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모노드라마가 ‘배우예술의 꽃’이라 불리며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것도 이런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남명렬 지현준의 ‘나는 나의 아내다’(29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이재은의 ‘첼로의 여자’(30일까지, 청담동 유시어터), 명계남의 ‘콘트라베이스’(6월14일~7월 1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등 독특한 색깔과 매력을 지닌 모노드라마 세 편이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올라 연극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는 나의 아내다’는 나치 치하부터 동독 사회주의 정권, 통일 독일 시대를 관통하며 동베를린에서 여장남자로 살아온 실존 인물 샤로테 폰 마르스도르프(1928~2002년)의 삶을 그린다. 미국 희곡 작가 더그 라이트가 샤로테의 기막힌 인생을 연극으로 만들겠다며 그를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연극은 샤로테의 인생을 극적으로 연출하기보다는 다큐멘터리식으로 한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50대 남명렬과 30대 지현준이 더블 캐스팅됐다. 먼저 무대에 오른 중견 배우 남명렬은 샤로테를 비롯해 그의 인생에 등장하는 35명의 인물을 특유의 세련된 화술과 절제된 동작으로 표현했다. 지현준은 오는 11일 처음 출연한다.

프랑스 극작가 기 프와시가 쓴 ‘첼로의 여자’는 아역 배우 출신 이재은이 연기 인생 30년을 내걸고 도전하는 모노드라마다. 남편이 실종되고 범인으로 몰리면서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된 중산층 여성이 비디오카메라를 앞에 두고 유일한 애인이자 친구인 첼로를 연주하며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그는 이번 무대에서 우울증과 소외감으로 고통받는 주부로 변신해 치밀하면서도 노련하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콘트라베이스’는 명계남에게 ‘명배우 명계남’이란 타이틀을 붙여준 작품이다. 《좀머씨 이야기》《향수》등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소설이 원작이다.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굳은살이 찢어져 피가 흐를 때까지 연주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예술적 고뇌와 애환, 사랑을 그렸다. 명계남이 1995년 초연해 큰 호응을 얻으며 국내 모노드라마 명작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에 이어 이번 공연이 그의 세 번째 ‘콘트라베이스’ 무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