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쌍칼잡이' 재외공관장 시대…정무는 물론 경제·통상 전문가 돼야"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부임한 안호영 신임 주미 한국대사(사진)는 “재외공관장은 정무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재외공관장 ‘쌍칼잡이론’을 설파했다.

안 대사는 5일 첫 공식 업무로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한 뒤 특파원간담회를 열고 ‘통상 전문가’로서 주미 대사에 부임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재외공관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정무 분야와 함께 경제업무도 충분히 경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의미 있는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정보기술(IT)·바이오·에너지·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관련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사는 부임 소감에 대해 “한마디로 대단히 엄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방미 성과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과제로 북핵 문제를 비롯해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 원자력협정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을 언급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신뢰를 쌓고 그 기초 위에 또 다른 이슈를 개발해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관련,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진행한 노력에 비춰본다면 대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의미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고,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여러 나라의 생각”이라며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7~8일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중국이 국제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짐에 따라 한·중 관계, 미·중 관계, 한·미·중 관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이번 회담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무고시 11회로 1978년 공직을 시작한 안 대사는 외교부에서 통상 3과장, 통상법률지원팀장, 다자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 등 주로 통상 분야에서 근무했으며 최근에는 정무 담당인 제1차관을 맡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