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질주할 것 같던 아베노믹스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일본 주가는 지난달 22일 고점에서 11거래일 만에 16% 넘게 빠졌다. 달러당 100엔을 넘던 엔화가치는 최근 98엔대까지 치솟아 ‘엔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다급해진 아베 총리는 엊그제 ‘제3의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10년 뒤 1인당 국민소득을 150만엔 이상 높이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았지만 일본 안팎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일본 내에서는 법인세 감세, 규제 철폐 등 핵심 안건 대부분이 빠졌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사히신문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손쉬운 내용만 포함시켰다”고 꼬집었다. 해외 반응은 더 신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처럼 쏟아지는 아베의 화살(Mr. Abe’s Rain of Arrows)’이라는 사설에서 “세 번째 화살은 도대체 무얼 담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며 이것저것 끌어모은 잡동사니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아베겟돈’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알렉스 프리드먼 UBS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게 되는데 이를 아베겟돈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일본 부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아베노믹스가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베노믹스는 출발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 첫 번째 화살로 불리는 금융완화는 디플레 극복을 위해 물가상승률이 2%에 달할 때까지 무제한 돈을 풀겠다는 일본판 양적완화다. 하지만 실물경제 성장을 동반하지 않는 소위 ‘비전통적(unconventional)’ 경기대책은 결국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반짝 경기를 살릴지는 몰라도 버블을 만들어내고 이는 끝내 터지게 마련이다. 두 번째 화살로 불리는 재정확대 역시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효과적인 카드로 보기는 어렵다.

경제에는 왕도가 없다. 규제완화, 감세 등을 통해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게끔 하는 정공법만이 경제를 살린다. 아베노믹스가 휘청이는 것을 보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리 경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