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코리아] 한국, 기술경쟁력 2위서 11위로 '추락'…R&D 성공률 최고지만 사업화율 '꼴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부> 과학기술 인재가 답이다 (4) · 끝 R&D에 상상력을 입혀라
사업화율, 英·美 70% 한국 20%…예산 따내려 쉬운 연구만 몰두 탓
창조경제 이끌려면 상상력이 열쇠…사업화 성공기술엔 확실한 보상을
한경·NRF 한국연구재단 공동기획
사업화율, 英·美 70% 한국 20%…예산 따내려 쉬운 연구만 몰두 탓
창조경제 이끌려면 상상력이 열쇠…사업화 성공기술엔 확실한 보상을
한경·NRF 한국연구재단 공동기획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연구원들이 중금속과 인을 처리할수 있는 물질을 시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306/AA.7525647.1.jpg)
#2. 한국 정부의 R&D는 실패하는 법이 거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지원한 R&D 성공률은 각각 97%(2011년)와 92.9%(2008년)로 세계 최고 수준. 하지만 연구결과가 사업화로 이어진 비율은 약 20%로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기술·지식재산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면서 한국의 국가 R&D 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08년 11조784억원이었던 정부 R&D 예산은 2012년 16조24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또 16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다. 정부 R&D 예산은 출연·융자·출자·투자의 방식으로 여러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은 4.03%로 이스라엘(4.38%)에 이어 2011년 이미 세계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한국이 기술 강국이라고 자부하기는 힘들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무역수지는 2010년 기준 0.32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한 금액이 수출액보다 3배 가까이 많다는 의미다. 국가 R&D 사업화 건수도 2011년 7253건으로 2010년(9521건) 2009년(8262건)에 비해 줄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4년간 정부 R&D에서 나온 특허가 기업으로 이전된 비율은 5.7%. 이전된 기술 중에서도 실제 수익으로 연결된 사례는 23.6%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의 기술경쟁력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한국의 기술경쟁력은 올해 11위에 그쳤다. 2005년 세계 2위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다.
◆도전·비전 없는 R&D
![[스트롱 코리아] 한국, 기술경쟁력 2위서 11위로 '추락'…R&D 성공률 최고지만 사업화율 '꼴찌'](https://img.hankyung.com/photo/201306/01.7526350.1.jpg)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지 못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기껏 돈을 들여 개발해놨지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대학과 연구소는 기술산업화로 이어진 비율이 4.4%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산업과의 연계없이 보여주기식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상상력 더한 I&D가 돼야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시대에는 R&D에서 상상개발(I&D·Imagination & Development)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에 있던 지식에 상상력만 더해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07년 처음 나온 ‘아이폰’에 들어가는 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플은 ‘휴대폰으로 통화도 하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2000년 MP3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한국의 아이리버가 애플 ‘아이팟’에 밀린 것도 기술력이 아니라 ‘상상력’ 부족 때문이다. 단순히 MP3플레이어만 파는 게 아니라 온라인으로 음원을 구매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든다는 애플의 아이디어로 승패가 갈렸다는 것이다.
창조경제 전도사인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미국 의과대학 숫자의 30분의 1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세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창업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상상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전 보상체계 마련 필요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여자에 대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공공기관에서 기술이전·사업화가 이뤄질 때 담당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는 기관 비율은 44.3%,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경우는 37.5%에 그쳤다.
정동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기여자에 대한 보상금이 기술이전·사업화 성과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이를 실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