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소비 예상보다 부진…1분기 GDP 증가율 잠정치 0.8%
1분기 한국 경제가 전기 대비 0.8% 성장했다. 지난 4월25일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0.9%)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생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0.8%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0.8% 성장해 지난해 1분기(0.8%)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7일 발표했다.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속보치 때 0.87% 증가였던 것이 0.84%로 조정되면서 소수점 조정에 따라 0.9%가 0.8%로 낮아졌다.

지출 측면에서 보면 민간소비가 내구재, 준내구재 등 제품 소비를 중심으로 0.4% 줄어 속보치(-0.3%)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속보치(3.0%)보다 낮은 2.6%에 그쳤다. 반면 건설투자는 4.1% 증가해 속보치(2.5%)를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이 어업을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4.4% 감소했다. 제조업은 화학, 전기전자, 선박 등의 증가세에 힘입어 1.3% 늘었지만 속보치(1.4%)보다는 떨어졌다. 건설업은 4.0%, 서비스업은 0.7% 증가했다.

한은이 속보치를 발표한 2011년 1분기 이후 속보치와 잠정치는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곤 모두 약간의 오차를 보였다. 2개 분기는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1%포인트씩 높았으나 6개 분기는 거꾸로 낮았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속보 추계 이후 나오는 새로운 자료를 반영하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2분기 이후 GDP는 기존 전망인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경기 침체, 하반기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정 부장은 “지난 2월부터 반도체 등 전기전자 부문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여 교역조건 개선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보면 애초 예상한 성장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성장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질 GNI는 전분기보다 0.8% 늘었다. GNI 증가율 회복세는 수출이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교역조건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실질 GNI 증가율은 작년 1분기 -0.1%에서 2분기 1.5%로 상승했다가 3분기 0.7%, 4분기 0.3%로 떨어졌다.

실질 GNI는 국내 경제 활동에 초점을 맞춘 실질 국내총소득(GDI)과는 달리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명목 GNI는 326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7% 증가했다.

저축률은 31.4%로 전분기(30.3%)보다 높아졌다. 국내 총투자율도 26.8%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