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설계사’와 ‘고아 계약’을 없애기 위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이 대형 보험사의 영업활동만 유리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계약비 이연한도 축소로 손익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중소형사들이 설계사에게 주는 초기 판매 수수료를 줄이는 데 비해 자본력이 좋은 대형사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7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소형사들은 최근 독립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초기 판매 수수료를 10~20% 안팎 깎았다.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보장성보험의 신계약비 이연한도가 기존 100%에서 50%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신계약비란 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팔았을 때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주는 판매 수수료다.

이연한도가 축소된다는 건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나눠서 실적에 반영할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판매 초기에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7년에 걸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판매 수수료의 50%를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당기 실적에 반영해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쪼개서 비용처리를 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이 판매 수수료를 초반에 집중해서 주지 않고 나눠서 지급하게 돼 불완전판매의 원인이 되는 ‘철새 설계사’와 판매 이후 관리가 되지 않는 ‘고아 계약’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사들은 비용 부담에 따른 실적 악화를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초기 판매 수수료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자본력이 좋은 삼성화재 등 대형사는 신계약비 이연한도 축소에 따른 부담이 덜해 기존 수수료 지급 체제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월납 초회 보험료의 5배가량을 GA 소속 설계사에게 초반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사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들이 초기 판매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대형사의 보험상품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소형사의 한 관계자는 “결국 대형사의 영업만 쉬워져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