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자신의 책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나’에서 기업이 망하는 1단계를 ‘성공에서 자만심이 생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한때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았던 소니, 노키아가 위기에 처한 것도 자만이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20주년 기념일인 7일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향후 삼성이 나아갈 방향으로 ‘창조와 상생’을 제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자만하지 말라" 제2 신경영 선언

○“자만하지 말라”, 다시 위기론

올해 창립 75주년,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삼성은 절정기를 보내고 있다. 1938년 40명의 직원과 자본금 3만원으로 출발, 전 세계 42만명의 임직원과 380조원의 매출(연계)을 올리는 거대 기업이 됐다. 세계 9위 브랜드로 선정됐고, 삼성전자는 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이란 대기록을 이뤄내기 직전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자축해야 할 상황에서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회장의 경고는 특유의 ‘위기론’을 또 한번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20년간 ‘메기론’(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힘도 세지고 날렵해진다는 의미) 등으로 임직원의 분발을 이끌어냈다.

신경영 선언도 당시 국내 1위에 올라 한껏 들떠 있던 삼성에 날린 경고였다. 이 회장은 “20년 전 우리의 현실은 매우 위태로웠다”며 “발상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를 맞아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제2신경영은 ‘창조와 상생’

스마트폰은 2007년 애플이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2010년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특유의 스피드로 2년 만에 애플을 따라잡고 세계 1위 IT(정보기술) 회사가 됐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은 과제는 애플과 같은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될 수 있느냐다.

삼성은 시장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 매달 1조원이 넘는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군대 같은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스마트 워킹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를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는 말로 정리했다.

그는 2006년부터 창조경영을 강조해왔다. 이번에는 여기에 상생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졌고, 삼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며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삼성은 최근 잇따라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이런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를 지원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이달 설립된다. 학생 5만명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켜주는 사업도 올해 시작한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창업을 돕는 데 5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현석/윤정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