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미 캘리포니아에 있는 란초 미라지 서니랜즈에서 만나 이틀간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국빈 방문이 아닌 비공식 방문이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격의 없이 토론하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회담이 진행된다. G2(주요 2개국)의 관계를 새롭게 세우는 중요한 자리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워싱턴에 머물면서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과의 만남은 무산됐다.

(왼쪽부터) 오바마 미국 대통령 / 시진핑 중국 주석
(왼쪽부터) 오바마 미국 대통령 / 시진핑 중국 주석

○G2 정상 만남 자체가 성과

중남미 순방 마지막 일정인 멕시코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은 6일 오후 늦게 서니랜즈 인근에 있는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 곧바로 숙소인 하얏트호텔로 이동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주최하는 모금행사에 참석한 뒤 서니랜즈에 도착했다.

공식적으로 이번 회담의 형식은 정상회담이 아닌 ‘만남’이다. 미국은 이를 ‘미팅(meeting)’으로 불렀고, 중국 외교부는 ‘회오(會晤·회견)’라고 규정했다. 약식 만남이어서 네 차례 정도의 정상 간 회동이 끝난 후에도 양국은 ‘공동선언’이나 합의문 등을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차 정상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문답 형식을 통해 회동의 성과를 밝힐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1박2일 동안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7일 오후 1차 정상회동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며 이후에는 오붓한 저녁시간을 갖는다. 또 8일에도 오전에 2차 정상회동을 하는 것 외에 산책을 함께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양국 정상이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만남 자체가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이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비공식 회담을 한 것은 2002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텍사스주에 있는 크로퍼드 목장을 방문한 이후 11년 만이다. 시 주석은 취임 3개월 만에 미국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의 격을 낮춰 자존심을 지키는 자리가 됐다.

○북핵·경제협력·사이버 해킹이 3대 주제

넥타이 푼 G2정상 "한반도 비핵화" 확고한 메시지 낼 듯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논의할 가장 중요한 주제로 북한 핵문제와 사이버 해킹, 경제협력을 꼽고 있다.

미국은 이미 북핵 문제가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도 이미 한반도 비핵화를 대북 정책의 기조로 밝혔기 때문에 양국 정상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견 접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소식통은 회담에서 양국이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서 확고한 메시지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중국 방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공감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위안화 환율과 무역 불균형, 그리고 중국 자본의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이 쟁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3150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무역 불균형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해 매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면서 의도적으로 중국을 제외하려 했고 중국 자본의 미국 시장 투자에 대해 전략적인 명분을 내세워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보호주의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쉬빈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제한이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양국 간 보안 문제로 부상한 사이버 해킹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의 해킹을 통한 군사기밀 취득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를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는 반면 중국 역시 사이버 해킹의 피해자인데도 미국이 사태를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베이징=김태완/워싱턴=장진모 특파원 twkim@hankyung.com



넥타이 푼 G2정상 "한반도 비핵화" 확고한 메시지 낼 듯

■ 서니랜즈는 ‘서부의 캠프 데이비드’…명사 즐겨찾는 휴양지

휴양 도시 란초 미라지에 있는 서니랜즈는 사업가 출신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영국 대사를 지낸 월터 아넨버그가 겨울 휴가를 보내기 위해 1966년 설립한 대규모 별장이다.

0.81㎢(24만평) 규모의 대지에 메인하우스와 4개 숙소 건물, 골프 코스, 11개의 인공 저수지가 있다. 특히 메인하우스에는 피카소 고흐 모네 등의 작품 50점이 전시돼 있다.

건물이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돼 있어 미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와 명사들의 휴양지로 사용되고 있다.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전용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빗대 ‘서부의 캠프 데이비드’로 불린다.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연두교서를 이곳에서 작성했으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뒤 한동안 여기서 은둔하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는 18년간 새해를 이곳에서 보냈다. 이 외에도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도 자주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