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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대운하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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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자칼럼] 대운하 패권
    천재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15세이던 1924년 독일 함부르크대학에 입학하면서 ‘파나마운하 개통이 국제무역에 주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썼다. 파나마운하가 개통된 것은 드러커가 논문을 쓰기 10년 전인 1914년이었다. 그는 운하 개통으로 패권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드러커를 유명하게 만든 바로 그 한 편의 논문이다.

    1903년부터 11년에 걸쳐 만든 파나마 운하는 역사적 난공사였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높낮이를 해소하기 위한 3개의 인조 호수, 3개의 수문과 함께 전장 64㎞를 건설하는 데 연 4만3000여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건설하면서 퍼낸 모래가 2억t에 이르렀다. 한 번의 삽질에 8t의 모래를 파내는 특수크레인이 제작됐다. 준설선이나 증기삽 등 첨단 기술이 파나마운하 건설에서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미국 사업가들은 원래 파나마운하보다는 니카라과 운하건설에 더욱 관심을 가졌었다. 운하 거리도 짧고 공기(工期)도 단축되는 니카라과를 선호했던 것이다. 1821년 니카라과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많은 사업가들이 니카라과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철도왕 밴더빌트는 1849년 니카라과 정부와 직접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니카라과에 내전이 일어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 의회에선 니카라과운하를 지지하는 그룹과 파나마파의 대립이 치열했다. 니카라과 안이 우세했다. 이때 파나마 안을 지지하던 사업가 레셉스의 부하 필립 뷔노 바리아가 묘안을 짜냈다. 그는 의회 표결 전날 상원의원들에게 조그만 우표를 보냈다. 이 우표에는 니카라과 호수 중간에 솟아올라 있는 화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니카라과에는 지진과 화산이 많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결국 파나마 안이 채택됐다. 그 이후에도 니카라과 정부는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교섭을 계속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니카라과 좌파정권이 약 400억달러 규모의 대형운하 프로젝트 건설과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100년간 양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있다. 수에즈운하보다 훨씬 길고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물의 세계사’를 쓴 스티븐 솔로몬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파나마운하 건설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지금도 연간 1만5000척의 선박이 파나마운하를 거쳐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고 있다. 대양을 지배하는 미국 군함은 제아무리 커도 파나마운하 폭의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중국이 건설하는 니카라과 운하가 세계 패권 구도를 또 바꿀 것인가.

    수에즈의 영국, 파나마의 미국, 니카라과의 중국?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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