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 北, 개성 제의에 南, 판문점 수정 제의…실무접촉 장소 '기선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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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장관급회담 일정 등 실무적인 사항만 조율"
남북이 본격적인 대화 준비에 들어가면서 접촉 장소를 놓고 견해차를 드러냈다. 우리 정부가 오는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갖자는 제의에 북측은 7일 “개성에서 9일 실무접촉을 갖자”고 답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접촉 장소를 개성이 아닌 판문점으로 수정해 역제의했다.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남측이 우리의 당국 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즉시 받아들인 것을 평가한다”고 말해 우리 정부의 장관급 회담 제의를 수용했다. 그러면서도 “남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에 앞서 이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9일 개성에서 당국 간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등 장관급 회담은 실무접촉 없이 이뤄질 수 없다”며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세부적으로 장소나 의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실무접촉 제의를 수용하면서도 우리측 지역인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하자고 북측에 전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장소를 수정 제의한 것과 관련, “시간적 제약과 장소, 회담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이동하기에 판문점이 더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기선 잡기 목적이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평가다.
북한이 제안한 개성의 경우 자남산여관이 남북 접촉 장소로 주로 이용됐다. 때문에 남북 간 의견 조율이 길어지면 예정을 넘겨 자남산여관에서 숙박을 하며 대화를 이어온 사례가 많았다. 반면 판문점은 숙박시설이나 식당 등 편의시설이 없어 출퇴근하면서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성이 아닌 판문점을 접촉 장소로 제의한 것은 이번 실무접촉의 목적을 장관급 회담 개최에 필요한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국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 운영과 관련된 대표단 규모, 체류 일정 등 행정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개성공단 문제가 남북 간 가장 큰 현안으로 걸려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남북 간 여러 의제가 논의될 장관급 회담의 무게중심이 개성공단으로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특히 우리 입주 기업인의 개성공단 방북을 정부가 불허한 상황에서 실무접촉을 위해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가는 모양새 역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반면 북한이 접촉 장소로 개성을 제시한 데는 실무접촉을 통해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남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의제 등과 관련해 사전 논의를 깊숙이 해보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남측이 우리의 당국 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즉시 받아들인 것을 평가한다”고 말해 우리 정부의 장관급 회담 제의를 수용했다. 그러면서도 “남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에 앞서 이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9일 개성에서 당국 간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등 장관급 회담은 실무접촉 없이 이뤄질 수 없다”며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세부적으로 장소나 의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실무접촉 제의를 수용하면서도 우리측 지역인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하자고 북측에 전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장소를 수정 제의한 것과 관련, “시간적 제약과 장소, 회담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이동하기에 판문점이 더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기선 잡기 목적이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평가다.
북한이 제안한 개성의 경우 자남산여관이 남북 접촉 장소로 주로 이용됐다. 때문에 남북 간 의견 조율이 길어지면 예정을 넘겨 자남산여관에서 숙박을 하며 대화를 이어온 사례가 많았다. 반면 판문점은 숙박시설이나 식당 등 편의시설이 없어 출퇴근하면서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성이 아닌 판문점을 접촉 장소로 제의한 것은 이번 실무접촉의 목적을 장관급 회담 개최에 필요한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국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 운영과 관련된 대표단 규모, 체류 일정 등 행정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개성공단 문제가 남북 간 가장 큰 현안으로 걸려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남북 간 여러 의제가 논의될 장관급 회담의 무게중심이 개성공단으로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특히 우리 입주 기업인의 개성공단 방북을 정부가 불허한 상황에서 실무접촉을 위해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가는 모양새 역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반면 북한이 접촉 장소로 개성을 제시한 데는 실무접촉을 통해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남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의제 등과 관련해 사전 논의를 깊숙이 해보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