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5천원권 위조지폐 4만4000장…2억5000만원 생활비로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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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골치썩이던 일련번호 '77246' 위폐범, 슈퍼 女주인에 '덜미'
위폐 썼던 곳서 껌 한통 구입, 일련번호 적어둔 주인이 신고
위폐 썼던 곳서 껌 한통 구입, 일련번호 적어둔 주인이 신고
대학에서 컴퓨터디자인을 전공한 40대 남성이 5000원짜리 구권 화폐 2억5000만원어치를 위조해 8년 동안 생활해오다 슈퍼마켓 여주인에게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5000원권 구권 화폐를 정교하게 위조해 상점 등에서 8년간 사용해 온 혐의(통화 위조 및 사기)로 김모씨(4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발표했다.
김씨는 2004년 잡화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되자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8년에 걸쳐 5000원권 위조지폐(사진) 5만여장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켜 불법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만들었다고 진술한 5만여장의 위폐 중 한국은행에서 확인된 것만 4만4000여장(2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야간대에서 컴퓨터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경기 성남시에 있는 자택 인근에 지하작업실을 차려놓고 5000원권을 위조했다. 김씨의 작업실에는 위폐 제작 시 필요한 노트북 프린터 재단기 등이 갖춰져 있었다. 김씨가 제작한 위조지폐는 홀로그램은 물론 지폐 뒷면의 퇴계 이황 얼굴 그림자 효과까지 구현해 낼 만큼 정교하게 제작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국은행이 2006년부터 일련번호에 ‘77246’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5000원권을 주의하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만든 지폐는 진짜와 아무리 대조해 봐도 알아채기가 어려웠다”며 “위조 방조 장치가 적고 돈을 거슬러 받을 때도 의심을 덜 받는다는 점을 알고 5000원권을 선택해 위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가짜 지폐 대부분을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전국 각지의 구멍가게나 철물점 등을 돌며 현금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500원짜리 껌이나 테이프 등을 사면서 위조 5000원권을 건네고 잔돈을 거슬러 받는 수법을 썼다. 가게 주인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일부러 수차례 구겨 사용하기도 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해 얻은 돈을 아이의 병원비 등 생활비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전국 곳곳에 있는 건설현장을 돌며 일하고 있다고 가족을 안심시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8년간 위폐로 살아오던 김씨의 범죄행각은 순간의 방심으로 끝이 났다. 한번 사용한 장소에서 다시 위폐를 쓰다 들킨 것이다. 김씨는 지난 5일 서울 자양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5000원권을 내고 껌 한 통을 구입했다. 이곳은 지난 1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위폐를 사용했던 장소다.
슈퍼 주인 황모씨(62)는 당시 은행 입금 과정에서 5000원권이 위조지폐라는 것을 통보받은 뒤 지폐의 일련번호를 적어두고 있었다. 황씨는 김씨가 슈퍼에 들어와 또다시 위조지폐를 제시하자 ‘77246’이란 일련번호가 중복되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슈퍼 주인의 기지로 신출귀몰한 위조지폐범을 잡을 수 있었다”며 “영세상인들이 위폐 번호를 적어놓고 돈을 받을 때 확인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서울 광진경찰서는 5000원권 구권 화폐를 정교하게 위조해 상점 등에서 8년간 사용해 온 혐의(통화 위조 및 사기)로 김모씨(4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발표했다.
김씨는 2004년 잡화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되자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8년에 걸쳐 5000원권 위조지폐(사진) 5만여장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켜 불법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만들었다고 진술한 5만여장의 위폐 중 한국은행에서 확인된 것만 4만4000여장(2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야간대에서 컴퓨터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경기 성남시에 있는 자택 인근에 지하작업실을 차려놓고 5000원권을 위조했다. 김씨의 작업실에는 위폐 제작 시 필요한 노트북 프린터 재단기 등이 갖춰져 있었다. 김씨가 제작한 위조지폐는 홀로그램은 물론 지폐 뒷면의 퇴계 이황 얼굴 그림자 효과까지 구현해 낼 만큼 정교하게 제작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국은행이 2006년부터 일련번호에 ‘77246’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5000원권을 주의하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만든 지폐는 진짜와 아무리 대조해 봐도 알아채기가 어려웠다”며 “위조 방조 장치가 적고 돈을 거슬러 받을 때도 의심을 덜 받는다는 점을 알고 5000원권을 선택해 위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가짜 지폐 대부분을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전국 각지의 구멍가게나 철물점 등을 돌며 현금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500원짜리 껌이나 테이프 등을 사면서 위조 5000원권을 건네고 잔돈을 거슬러 받는 수법을 썼다. 가게 주인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일부러 수차례 구겨 사용하기도 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해 얻은 돈을 아이의 병원비 등 생활비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전국 곳곳에 있는 건설현장을 돌며 일하고 있다고 가족을 안심시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8년간 위폐로 살아오던 김씨의 범죄행각은 순간의 방심으로 끝이 났다. 한번 사용한 장소에서 다시 위폐를 쓰다 들킨 것이다. 김씨는 지난 5일 서울 자양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5000원권을 내고 껌 한 통을 구입했다. 이곳은 지난 1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위폐를 사용했던 장소다.
슈퍼 주인 황모씨(62)는 당시 은행 입금 과정에서 5000원권이 위조지폐라는 것을 통보받은 뒤 지폐의 일련번호를 적어두고 있었다. 황씨는 김씨가 슈퍼에 들어와 또다시 위조지폐를 제시하자 ‘77246’이란 일련번호가 중복되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슈퍼 주인의 기지로 신출귀몰한 위조지폐범을 잡을 수 있었다”며 “영세상인들이 위폐 번호를 적어놓고 돈을 받을 때 확인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