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송 화백은 “지난 2주 동안 급성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상태가 악화해 이날 새벽 가족과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1938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가 4학년 때 동양화과로 옮겨 졸업했고 이후 스웨덴 국립 동양박물관 초대 개인전을 비롯 3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동경국제비엔날레, 상파울로 비엔날레, 타이페이 국제현대수묵화전 등 국제전에 참여하며 한국의 미를 해외에 알리는 데도 의욕을 보였다.
1975년부터 2004년까지 모교인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을 양성했고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장, 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관전과는 거의 인연을 맺지 않은 채 서울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중앙미술대전 등 주로 사립미술전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송화백은 전통수묵화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상업주의와 복고주의, 권위주의가 만연하던 70년대 말 새로운 한국적 조형성의 정립을 기치로 ‘현대 한국화 운동’을 주도했다. 수묵만을 고집하지도 않았고 서구적 조형성에도 관심을 가지는 등 끝없는 실험으로 정체된 화단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평소 화사하고 밝은 꽃 그림을 즐겨 그렸던 고인은 자신의 장례식에는 모두가 화사한 복장으로 꽃을 들고 생전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남겼다“며 ”화사한 복장이 아닌 일반적인 조문객 복장으로 찾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사절한다“고 말했다. 고정관념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던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후학들에게 인습과 격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긴 셈이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은 10일. (02)2227-7569.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