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실속 있는' 진화…소형평수 늘리고 주거·상업시설 분리
침체된 부동산시장에서 주상복합 아파트가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화려한 외관과 고분양가로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동시에 환기·채광이 쉽지 않고 전용률(실사용면적)이 낮은 반면 관리비는 비싸 주거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분양되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주변보다 저렴한 분양가, 여기에 주상복합의 단점을 보완한 설계까지 내세우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판교 알파리움’이다.

판교역 주변에 들어설 알파돔시티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판교 알파리움은 최근 1·2순위 청약에서 881가구 모집에 2만2804명이 신청했다. 중대형 평형에도 1순위 청약통장이 26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단지 전용면적 96㎡B의 경우 32가구 모집에 3142명이 몰려 98.19 대 1을 나타냈고, 같은 가구의 경기도 모집군 경쟁률은 399 대 1에 달했다. 분양 관계자는 “판교의 랜드마크가 될 알파돔시티는 차별화된 설계로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주상복합은 저층에 상업시설이 들어서지만 알파리움은 주거동과 상업시설이 완전히 분리됐다. 아파트 거주민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상업시설에는 외부인들의 이용이 쉽도록 분리해 단지를 설계한 것이다.

현행 건축법과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상복합아파트는 주거용과 별도로 다른 용도의 시설이 전체 연면적에서 9 대 1의 비율로 배치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건물 내 상가와 주거시설을 같은 건물에 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2001년 분당 파크뷰에서부터 시작된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의 분리는 대규모 주상복합단지의 분양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시장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단점으로 지적됐던 환기, 채광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여기에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소형 평면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오는 13일 고양시 백석동에서 모델하우스를 여는 ‘일산 요진와이시티’(조감도)도 이런 예다. 최고 지상 59층인 주상복합 아파트는 6개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주거와 상업시설이 분리돼 있다. 분양되는 2404가구에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비율은 63%에 이른다. 대부분의 평형에서 맞통풍이 가능하고 3면까지 개방되는 평면이 있을 정도로 설계에 신경을 썼다.

분양 대행사인 계양E&C의 정경만 실장은 “예전에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동경만으로도 마케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수요자들이 주거환경이 적당한지를 살피는 ‘실속형’ 선택으로 바뀌었다”며 “아파트 못지않게 기본적인 주거환경은 물론 보안문제나 관리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