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대마불사’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는 계기였다.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7일 아침까지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산업은행이 결국 STX팬오션을 인수할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냈을 만큼 대마불사 원칙을 신뢰하는 이들이 많았던 탓에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다음에는 OO사가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루머가 돌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3그룹’이라거나 ‘4그룹’이라는 식으로 이니셜을 묶어 거론하기도 한다. STX팬오션 법정관리로 인해 부각된 5대 리스크를 점검해봤다.

STX팬오션 법정관리 신청 후폭풍…'5대 리스크' 점검

①회사채 시장 경색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는 중견 그룹사들의 자금난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지난해 신용등급 ‘A’였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충격을 받은 회사채 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설 철강 조선업종 등 ‘위험산업군’ 회사채 투자자를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부채 비율이 높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도 회사채 수요가 크게 줄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면,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꾸려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을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②동종업계 해운사에 큰 부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STX팬오션과 같은 업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체들이다. 지난해 한진해운은 7008억원, 현대상선은 998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이 나쁘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2011년 390%에서 지난해 754%로, 현대상선은 396%에서 720%로 급증했다.

국내 1, 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올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각각 2500억원과 2800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2조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올해 만들어질지 불투명하다. “연말까지는 두 기업이 버틸 만하다”(금융당국 관계자)는 판단이 위안이다.

③증권업계 ‘펀드런’ 촉각

지난 3월까지 STX팬오션 회사채를 대량으로 개인들에게 판 일부 증권사들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겪을 전망이다. 이 증권사들은 “산업은행이 인수할 텐데, 이 경우에는 국가 소유 회사의 채권을 연 6.7% 고금리로 사들이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해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

STX팬오션이 포함된 채권 펀드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업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채권 펀드의 손실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펀드런’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④구조조정 불확실성 부각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STX팬오션을 인수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가 막판에 이를 뒤집은 것은 구조조정의 원칙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주회사인 (주)STX는 자율협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실사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쌍용건설도 마찬가지다. 당초 금융당국이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실사결과가 나오자 워크아웃을 시작하지 못한 채 미적거리고 있다. 총대를 메고 살리겠다는 주체가 없으면 살릴 수 있는 기업도 살리지 못한 채 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⑤STX다롄, 추가부담 가능성

STX그룹 가운데 추가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계열사로 STX다롄을 꼽는 이들도 있다. 한때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2005년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투자가 이뤄진 STX다롄을 도와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최근 기류는 다르다. 오히려 ‘제 코가 석자’인 한국 쪽에서 조선소를 거의 공짜로 넘기기를 희망하는 모양새다.

STX그룹 계열사들은 STX다롄에 대한 1조원 규모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계열사들로 부담이 넘어올 수밖에 없다. 지급보증 해결 및 경영권 매각을 둘러싸고 STX그룹, 채권단, 중국 정부 3자 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새로운 변수다. 금융권에서는 STX다롄이 외교적인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박신영/서욱진/윤아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