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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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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영 IT과학부 기자 wing@hankyung.com
    [취재수첩]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무기'?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무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524호에서 장하나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을이라도 되고 싶은 정보기술(IT)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들은 말이다. IT업계 최전선에서 라이벌 기업을 상대로 뛰고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적과 싸울 때 이용하는 무기가 아니라, ‘갑을병정무기…’의 무기란 뜻입니다.” 하청에 하청이 거듭되는 구조를 비꼰 자조적 농담이다.

    이날 열린 대회에서는 철야를 밥 먹듯 하며 하청업체에서 ‘부품’ 취급을 당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자의 근무환경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쏟아졌다. 무리한 납기 단축에 야근·주말수당 지급 거부, 훈련을 빙자한 신입직원 파견근무까지 개발자들의 고통은 다양했다. “계약이 이뤄지면 인센티브까지 주겠다”던 대표가 개발 직후 임금도 주지 않은 사례, 야근 시간을 기록하지 못하게 아예 전산시스템을 차단한 사례도 나왔다.

    공장 조립라인에 배치된 로봇처럼 대하는 태도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한 개발자는 “사업팀장이 ‘낮에는 업무를 보고 밤에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24시간 프로그래밍 기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어차피 이 업계에서 초과근무는 관행적으로 공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999년부터 일을 시작한 14년차 프로그래머는 “모 회사의 오픈마켓 서비스 사내하청을 맡았을 때는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아침에 다시 출근하는 개발자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회상했다.

    이날 한국정보통신산업노조가 발표한 올해 ‘IT산업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4년 53.7%를 차지했던 20대 소프트웨어 분야 IT 기술자 비율은 32.9%로 20.8%포인트 떨어졌다. 열악한 실태를 알게 된 젊은이들이 IT엔지니어 길을 외면하면서 자연스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 비중도 6.3%에서 19.4%로 높아져 고용 불안이 확대됐다.

    창조경제의 주축이 돼야 할 소프트웨어 산업이 죽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청업체에서 하도급 단계가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극심한 ‘제 살 깎아 먹기’ 가격 경쟁이 이뤄지는 기형적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확대해도 그들이 자라서 프로그래머의 길을 택할 리 없다. 이 증언대회가 휴일인 현충일을 골라 열린 것도 평일에 열면 아무도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보영 IT과학부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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