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낮은 실업률 비밀은…임금 月 450유로 '미니잡'
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유독 독일의 실업률이 낮은 까닭은 무엇일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인터넷판은 7일(현지시간) 독일의 강한 경제와 낮은 실업률의 비밀이 ‘미니잡(mini job)’이라는 고용 형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미니잡은 일종의 비정규직으로 최대 월 450유로(약 66만원)의 임금을 받는 대신 소득세와 사회보장부담금을 면제해주는 고용 시스템이다.

독일은 소득세와 사회보장부담금을 합하면 전체 소득의 50%에 달하기 때문에 적은 임금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미니잡을 선택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의 20%인 740만명이 미니잡을 통해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도소매업, 보건·사회 서비스, 음식 숙박업에 종사한다.

미니잡은 복지를 일자리와 연계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낮지만 정부가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생존을 보장한 뒤 근로를 유도한 것이다. 정부 보조가 없는 한국의 시간제 비정규직과는 차이가 있다.

독일에서 미니잡이 도입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 시스템인 독일은 2000년대 초반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환율 관리가 유럽통화연합으로 불가능해지자 생산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유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통일 이후 높아진 실업률도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슈뢰더정부는 하르츠개혁을 단행하고 현재 형태의 미니잡 제도를 2002년에 법제화했다.

전문가들은 “미니잡 덕분에 고용주들이 낮은 임금으로 고용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실업률을 낮추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올리버 슈테테스 쾰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레스토랑 등에서는 점심시간에 특히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며 “미니잡은 이런 피크타임에 적절하게 인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가정주부나 연금생활자, 학생 등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적합한 고용 형태”라고 덧붙였다.

미니잡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노동계는 “독일 국민의 소득격차를 벌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미니잡 종사자들이 면세혜택 덕에 굳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변국들은 “미니잡의 높은 고용유연성 덕에 글로벌 기업들이 독일에만 투자하면서 독일 일자리만 늘어난다”며 ‘일자리 덤핑’을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최근 발표된 유로존의 4월 평균실업률은 12.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독일 실업률은 5.4%로 유로존에서 최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