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오는 12일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회담에 들어가면 의제를 두고 양측 간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남북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 등을 논의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비핵화 문제뿐만 아니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우리 정부의 5·24 대북 제재, 탈북자 북송을 비롯한 인권문제 등도 거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북측에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지금의 남북 관계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의 배경에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5·24 조치 등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전반적으로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라며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을 언급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만 논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어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오히려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5·24 제재조치 완화나 해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루기보다는 정부가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부각된 라오스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 북송에 대한 문제 제기 필요성도 거론된다. 탈북자 문제와 강제 북송은 남북 간 대화테이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다. 하지만 최근 라오스 탈북 고아 9명이 강제 북송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의 안전 보장을 촉구한 바 있다.

남북이 의제로 삼는 데 뜻을 같이한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을 두고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월27일 자신들의 군 통신선 차단 조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기업인이나 우리 국민이 볼 때 확실히 안심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기 전에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역시 지난달 2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에 개성공단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