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할 스마트폰…삼성, 여기서 일낸다
경기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정문에 서면 다섯 개의 연구소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1980년 1월 세워진 5층짜리 첫 번째 연구소 빌딩 R1(R&D 1)부터 11층 규모의 R2, 27층인 R3, 37층짜리 R4에 이어 10일 입주식을 치른 27층 쌍둥이 빌딩인 R5가 차례로 서 있다.

1969년 흑백TV 공장으로 출발한 삼성 디지털시티가 이제 3만5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일하는 첨단 스마트기기 연구단지로 탈바꿈했다. 다섯 개의 건물은 33년간의 삼성전자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상상도 못할 스마트폰…삼성, 여기서 일낸다

◆제조 공장에서 연구단지로

삼성전자는 1968년 6월 전자산업에 진출했다. 1969년 10월 수원시 매탄동에 149만㎡(약 45만평)의 부지를 확보한 삼성은 이곳에 흑백TV 공장을 지었다. 1971년 1월 국내 최초로 파나마에 수출한 TV가 여기에서 생산됐다. 이후 이곳에는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공장이 차례로 들어섰다.

생산 라인으로 가득 찼던 ‘수원 사업장’에서 연구개발(R&D)이 시작된 건 1980년이다. 삼성전자는 1980년 1월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팀을 모아 첫 R&D 센터인 ‘R1’을 세웠다. 1987년에는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DMC연구소(R2)’를 열었다.

수원 사업장은 2000년대 들어 대대적으로 변신한다. 인건비 등 ‘원가 경쟁’이 시작되자 생산 라인은 해외로 옮기고, 라인이 있던 자리엔 연구개발동을 세웠다. ‘삼성 수원 공장’ 또는 ‘수원 사업장’으로 불리던 이름도 2000년부터 ‘삼성 디지털시티’로 바뀌었다.

이를 상징하는 건물이 2001년 세워진 13만2960㎡ 규모의 ‘정보통신연구소(R3)’다. 이곳에서는 당시 9.8㎜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휴대폰(2002년) 기록을 세운 초슬림폰(SPH-N2000), 처음으로 1000만대 판매량을 넘은 ‘이건희폰(SGH-T100)’ 등이 개발됐다. 애플을 넘어선 ‘갤럭시S2’ ‘갤럭시노트2’ 등도 여기에서 탄생했다.

2005년 문을 연 ‘디지털연구소(R4)’는 삼성 TV가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데 대들보 역할을 했다. 2006년 출시된 ‘보르도 TV’는 6개월 만에 100만대가 팔리며 20년 넘게 유지된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삼성전자는 10일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모바일연구소(R5) 입주식을 열었다. 이상훈 사장(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신종균 사장, 김문수 경기지사, 권오현 부회장, 장호철 경기도의회 부의장, 윤부근 사장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10일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모바일연구소(R5) 입주식을 열었다. 이상훈 사장(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신종균 사장, 김문수 경기지사, 권오현 부회장, 장호철 경기도의회 부의장, 윤부근 사장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신화’ 전진 기지 R5

이날 디지털시티에서는 다섯 번째 연구소인 R5(모바일연구소) 입주식이 열렸다. 삼성의 첨단 스마트폰을 만들어낼 모바일 R&D 허브다. 그동안 구미 수원 서울 등 전국에 흩어져 있던 1만500명의 모바일 분야 연구원이 여기 모여 ‘차세대 갤럭시’를 연구하게 된다.

지상 27층, 지하 5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에는 모바일 기기 관련 특수실험실, 블루투스·와이파이 실험실 등 첨단 실험실이 들어섰다. 또 수영장과 실내 암벽 등반시설, 헬스장, 임산부 전용공간 등 연구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줄 각종 첨단 편의시설도 함께 갖춰졌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은 이날 입주식 축사에서 “1969년 수원단지에서 처음으로 흑백TV를 생산한 이후 40여년간 모든 임직원이 노력한 끝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R5는 삼성이 창조적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심성미/김현석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