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논란속에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10일 공식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BS금융지주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은행장 취임 이후 총 자산 규모를 배 이상 늘린데다 타고난 활동력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하면서 부산은행이 부산시민들의 가슴 속에 깊이 파고 들게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을 끝내 이기지 못한채 물러나게 되면서 BS금융지주의 차기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아울러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경남은행 인수문제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장호 회장 재임 8년 성과 = 2011년 3월 지방은행 첫 금융지주사로 출발한 BS금융지주는 불과 2년만에 BS정보시스템과 BS저축은행을 잇따라 출범시키면서 모두 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도 이장호 회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한 2006년 당시 자산규모가 20조원 안팎이었으나 지주사 전환과 함께 지난해 말 총 자산이 43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도 2005년 말 1천789억원에서 지난해 말 3천51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부산은행을 포함한 BS금융지주의 이 같은 성장은 은행장 재임 6년, 지주 회장 2년을 지낸 이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지역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대형 시중은행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BS금융지주는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견실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회장은 특히 은행장 취임 이후 폭넓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한층 높였다.

2007년 영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50억원을 출연해 부산은행 장학문화재단을 출범시켜 지금은 BS금융그룹 희망나눔재단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낙후된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실천했다.

지역 예술인을 위한 전시공간을 위해 BS부산은행 갤러리를 개관하고 각종 행사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고 있는 BS실내악단도 창단하는 등 메세나 활동에도 주력했다.

국내 최대의 메세나 조직인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가 국내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실적을 조사한 결과 BS금융은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국내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부산은행이 사회공헌에 지출한 금액은 이 회장 취임 당시인 2006년 67억원에 불과했으나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316억원에 이르렀다.

◇차기 구도는 = BS금융지주의 출범과 발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함에 따라 누가 후임회장이 될 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관료나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이 회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은 누군가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부산은행 노조도 이 부문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에 지역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정치이슈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 경우 내부인사로 후임이 승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내부인사로는 성세환 부산은행장과 임영록 BS금융지주 부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성 은행장은 2012년 3월 이장호 회장의 뒤를 이어 내부 출신 두번째 은행장에 올라 지주사와 함께 부산은행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임 부사장 역시 행원 출신으로 부산은행 수석부행장을 거쳐 지주사 부사장으로 임명돼 올 초 재임명되는 등 내부에서 신망을 얻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 사회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부산 출신 인사가 후임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경남은행 인수' 전망은? = 금융당국의 사퇴압력을 받을 당시 이 회장의 첫 입장은 "경남은행 인수전을 마무리한 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경남은행 인수 문제가 BS금융지주의 장기 발전에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 회장 자신도 이 부분을 매듭짓고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사퇴 이후 경남은행 인수 문제에 대해 BS금융 한 관계자는 "매각방식을 인적분할로 할 지가 이번 인수전의 최대 관건"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매각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인수 준비상황을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경남지역 산업에 대해 다른 지역 금융기관이 BS금융지주 만큼 잘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경남지역에서 금융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기업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여 인수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의중이다.

이 회장 사퇴 압력에 대해 경남은행 인수전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 사퇴는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어떤 식으로 든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만큼 BS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 회장 사태라는 주장을 관철시킨 만큼 경남은행 인수전에 개입하지 않고 시장논리에 맡겨 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 지방은행의 역할은 시중은행의 그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며 "BS금융이 조직적으로 안정, 발전할 수 있고 지역 사회공헌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후계구도와 경남은행 인수 문제 등이 원만하게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