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피선거권 연령 18세로 낮추겠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터키 청년들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함에 따라 선거 판세가 뒤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는 10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게지공원을 점령한 겁없는 청년들이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면 내년에 열릴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할 수 있다는 분석을 실었다.

신문은 "작은 공원에서 저항하는 청년들이 전면에 나서면 정치인들의 자체적 표 계산은 현실과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또 시위대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득표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화인민당이 시위대의 분노를 제대로 분석해 대처한다면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는 내년 3월에 주지사와 시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를, 8월에 대통령선거를 치르며 2015년 6월에는 총선이 예정됐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는 지난 8일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총선설을 부인하면서 선거를 예정된 일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터키는 인구의 절반이 30.1세 이하로 청년층이 두터운 구조이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었다.

이스탄불 빌기대학의 에스라 빌기치 교수가 지난 3~4일 시위 참석자 3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는 어떤 정당과도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5.3%에 그쳤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청년층이 내년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2011년 총선 결과와 다른 판세가 예상된다.

이번 시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핵심 역할을 함에 따라 청년들이 소셜미디어로 투표 독려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터키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3천300만명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아울러 이번 시위에 주축 세력으로 떠오른 여성들도 선거판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남성 중심의 이슬람 문화가 강했으나 게지공원 점령시위에 여성운동단체가 대거 참여했으며 최루액 분사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으로 유명한 '빨간 옷의 여인'은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됐다.

주택가에서도 매일 오후 9시면 주부들이 일제히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여성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추진하는 새로운 낙태 금지법은 여성의 권리를 탄압하고 전통사회로 회귀하려는 단적인 예라고 비난하고 있다.

게지공원 점령 시위를 주도한 탁심연대는 9일 집회에서 "현 정권은 청년과 여성들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총리도 9일 청년들이 정치 참여의 기회를 얻어야 한다며 피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이 18세로 같다"며 "우리도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