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사흘간 1조 원 가까이 팔아치운 뒤에도 매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11일 오전 11시23분 현재 삼성전자는 나흘째 하락하며 전날보다 3만3000원(2.25%) 떨어진 139만2000원까지 추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140만 원을 밑돈 것은 올 1월29일 5개월 만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에 대해 사고 팔고를 반복하며 1800억 원 순매수해 뚜렷한 매매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도 5월엔 횡보세를 거듭했다.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변한 것은 지난 주부터다. 지난 6일 JP모건이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4' 등의 판매가 기대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 외국인 매도세를 촉발시켰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지난 7일 삼성전자를 6652억 원어치 매도한 데 이어 10일에도 2327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틀 동안 약 9000억 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냈다.

외국인 매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계 창구를 통한 순매도 규모는 1500억원이 넘는다.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 1170억 원어치를 팔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매도세와 삼성전자 주가 급락은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삼성전자 주가가 5% 이상 급락한 회수는 이번을 제외하고 총 22회. 대부분 글로벌 주식시장 또는 코스피지수 폭락과 연계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처럼 코스피지수를 4% 가량 밑돈 케이스는 다섯번에 불과하다. 그 중 세번은 삼성전자의 공식 실적 발표와 관련됐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처럼 불확실한 증거에 의해 삼성전자가 시장 대비 4% 이상 밑돈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갤럭시 S4는 출시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어서 판매 둔화 주장은 객관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증권사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노무라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서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 원 낮췄다. 바클레이즈도 올해 스마트폰 이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갤럭시 S4 예상 주문량을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내렸다.

반면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도이치뱅크 등의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삼성전자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외국인 매도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도세는 외국인의 전체 코스피 시장 비중 축소와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코스피 시장 전체를 매도하는 와중에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 물량도 컸던 사례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세는 바스켓 매도 등 프로그램 매물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삼성전자 개별 종목 매도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갤럭시 S4가 판매된지 1개월에 불과하고, 시장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유례없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는 점은 일반적인 외국계 투자 패턴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을 우려한 매도로 보기에는 과도하며 글로벌 특정 펀드의 투자전략 변화에 의한 것은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성장성이 올해 2분기로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우려에 외국인이 삼성전자 개별 종목에 대한 비중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