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BS금융 사태에 '벙어리' 된 롯데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BS금융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장 회장 자리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가 관심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금감원은 BS금융 차기 회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권 실세의 지원을 받는 모씨가 새 회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주목할 만한 것은 BS금융지주 회장의 사임과 새로운 인물의 선임과정에서 BS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롯데(지난 3월 말 기준 지분율 13.59%)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주주로서 뭔가 입장이 있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롯데 측은 “우리가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닌 거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며 “경제민주화다 뭐다 해서 그렇지 않아도 ‘코너’에 몰려 있는데, 골치 아픈 일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답할 뿐이다. 오히려 감독 당국이 대주주인 롯데를 통해 이 회장에게 퇴임 압박을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이 회장이 버티지 않고 물러나 사태가 수습될 수 있게 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사태가 장기화됐다면 이 회장 퇴임에 부정적인 부산 지역사회에서 ‘대주주인 롯데는 뭐하고 있나’라는 목소리가 나왔을 것”이라며 “롯데가 정권 초기 서슬 퍼런 정부와 정치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지역 주민들 민심에 어긋나지 않는 답변을 강요받는 입장에 처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금융권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3자적 입장을 취한 것은 그동안 BS금융의 경영에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금산분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증권회사 글로벌 영업 담당자는 “BS금융 사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다”며 “정부가 주식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의 CEO를 마음대로 갈아치우고, 대주주는 아무 소리 못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송종현 생활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