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만 58세인 정년을 62세까지 늘리는 ‘정년 연장형 은퇴 프로그램’을 7월부터 시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희망자에 한해 정년을 늘리되 철저히 실적에 연동해 연봉을 지급하는 점이 특징이다. 프로그램 성공 여부에 따라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은행권 첫 정년 62세

SC은행 '실적 연동 62세 정년' 7월 시행
SC은행 관계자는 11일 “정년 연장형 은퇴 프로그램에 대해 최근 노사가 합의했다”며 “지난 10일부터 오는 14일까지 1주일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 프로그램은 현재 58세인 정년을 62세로 늘린 것이 핵심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산업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서 은행 직원의 정년은 58세, 임금피크제 적용 시 60세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SC은행의 정년 연장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직원들의 급여는 영업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프로그램에 진입하기 직전 해의 연봉을 기준으로 연봉의 2배 실적(이익 기준)을 올려야 기준 연봉을 100%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을 받기 위해선 은행에 이자나 수수료 수익 2억원이 돌아갈 수 있게 영업을 해야 한다.

실적이 연봉의 2배에 미치지 못하면 최대 70%까지 연봉이 깎인다. 실적이 연봉의 2배를 넘으면 초과 실적의 35%까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자녀 대학 학자금 등 복지 혜택은 유지된다.

이 프로그램은 자격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5년 이상 은행에 근무한 직원 가운데 부장급은 48세 이상, 팀장급은 45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단 54세가 될 때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기존 정년(58세)이 적용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는 SC은행 직원의 20%인 1000여명 수준이다.

이 방안은 지난해 7월 SC은행 노동조합이 회사에 먼저 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에도 도움이 돼야 회사가 정년 연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존 임금피크제는 임금이 자동으로 깎이는 방식이라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른 은행으로 확산 주목

지난달부터 금융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에 나선 금융사용자협의회도 SC은행의 정년 연장안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사용자 측 협상위원에 리차드 힐 SC은행장이 포함돼 있어 프로그램 성공 여부에 따라 다른 은행으로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실적에 연동한 정년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노조는 전년 대비 임금 8.1% 인상과 60세 정년 보장을 올해 임단협 안건으로 올렸다. 또 임금피크제는 60세부터 시작하되 국민연금 수급 때까지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1961년~1964년 출생자는 63세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52세(1961년생)인 근로자의 정년은 60세로 늘리고, 60세부터 63세까지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지난달 21일과 이달 7일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는 임금 인상률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다”며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