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불구속 기소…"조직적 선거 개입"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일 막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로써 공은 법원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청와대 등 외압 논란이 일고, 검찰 내부에서 내홍이 불거지는 등 삐걱대는 모습이다.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지난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밝혀질 경우 정치권도 한바탕 회오리에 휩싸일 수 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축소·은폐 의혹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외압 논란 불가피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19일)를 불과 8일 앞두고 원 전 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내놔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원 전 원장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국정원 원장과 직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을 각각 위반한 혐의가 적용됐다.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올리는 등 선거에 개입한 만큼 두 혐의를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검찰 특별수사팀의 구속 의견과 달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주장이 관철된 부분에 대해선 외압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법 적용, 구속’을 주장한 검찰과 ‘선거법 미적용, 불구속’을 요구한 황 장관 사이의 갈등을 어정쩡하게 봉합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채동욱 검찰총장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으며 검찰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검찰 책임 하에 결정했다”며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선 정당성 놓고도 시비 일 듯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협의로 기소한 이상 원 전 원장과 국정원의 지난 대선개입 혐의 및 경찰의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한 재판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국정원 직원들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등 야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드러났으며, 이를 원 전 원장이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 과정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에 대한 시비가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야당에서는 대선 무효 소송까지도 언급하고 있어 추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현 정권에 어떤 식으로든 불똥이 튈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원 전 원장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 “재직시 시종일관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뇌관, 황보건설

이날 검찰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캐고 있는 뇌물비리 역시 메가톤급 조짐을 보인다. 원 전 원장을 오랜 기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가 지난 5일 구속되면서 그의 입을 통해 전 정권의 검은 커넥션이 쏟아질지 관심이다. 원 전 원장은 황 대표로부터 수천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에 황보건설이 하청업체로 선정된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병일/정소람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