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웃고 울리는 '임상 3상'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신약 ‘임상 3상’ 시험 결과에 해당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임상 3상은 신약 개발부터 최종 판매 허가를 받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8부 능선’에 해당한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문턱을 넘느냐, 못 넘느냐에 따라 수년간의 연구개발 및 투자 성과가 판가름 난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임상 3상의 파괴력을 최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젬백스다. 이 회사는 지난 4일 췌장암 항암백신 ‘GV1001’의 임상 3상이 실패했다고 발표한 이후 10일까지 4일(거래일 기준)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시가총액 5000여억원이 증발했다. 회사 측은 “항암백신이 항암소염에 효과가 있어 관련 제품을 항암소염제로 품목 허가를 추진하겠다”고 진화해 11일 상한가로 반전했지만 12일 다시 3400원 떨어져 1만9300원(시가총액 4844억원)을 기록했다.

젬백스는 원래 반도체장비업체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지만 자회사 카엘젬백스가 항암백신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는 호재가 있어 시가총액 1조1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주가가 뛰었다. 하지만 임상 3상 실패 이후 주가 흐름이 바뀌었다.

반면 셀트리온, 휴온스 등은 임상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셀트리온은 이달 초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셉틴’ 3상 임상을 끝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품 허가를 신청했다. 2010년 2월 한국과 러시아 등 세계 18개국에서 시험에 들어간 지 3년여 만이다. 3상 시험에만 1100억원이 투입됐다.

휴온스도 5일 파킨슨병 피로증상 개선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천연봉독(벌침의 독) 후보물질 ‘휴베나나주’ 임상 3상 시험을 마쳤다. 하반기 신약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임상 1·2상 시험을 통과한 뒤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인 임상 3상은 약효 확인뿐만 아니라 장기적 안정성까지 테스트한다. 임상 2상을 통과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3상을 통과할 확률은 55% 수준이다. 임상 3상을 성공리에 마친 신약 후보물질이 최종 판매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80%다.

글로벌시장에 신약을 내놓으려면 임상 3상에서 1000~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야 한다. 평균 3년이 걸리고 비용도 1000억~1500억원가량 들어간다. 선진국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사들이 직접 진출하는 대신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스아웃 방식으로 판매권을 넘기는 것도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신약 허가를 목표로 하는 임상 3상은 비용과 시간이 이보다는 적게 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3상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신약허가 승인을 얻더라도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데는 또다시 1~2년이 걸린다”며 “임상 3상은 신약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