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금융시장 요동] 우량기업 채권도 약세로…아이본드·TIPS 등 투자자들 발길 돌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3차 양적완화 조기 종료 우려로 우량기업이 발행한 채권가격도 급락(수익률 급등)하고 있다. 시가총액 세계 최대인 애플의 회사채 가격이 발행 6주도 안돼 최대 9% 떨어졌고,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물가연동채권(TIPS)의 수익률(물가상승률 차감)도 약 1년반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국채 가격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4월30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발행한 회사채 가격이 최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0년 만기 채권은 액면가 대비 9% 이상, 10년 만기 채권은 5% 이상 떨어졌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등에 쓰기 위해 170억달러에 달하는 이른바 ‘아이본드’를 발행했다. 주문량이 발행 규모의 3배 넘게 몰리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국채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았던 아이본드도 투자자들의 채권 투매 행렬을 비켜가지 못했다.

물가상승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TIPS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Fed가 3차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당분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다. TIPS는 물가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도록 설계된 채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ed가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돈을 풀자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TIPS를 사들여 2011년 12월 이후 수익률 하락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TIPS의 물가대비 수익률은 11일 연 0.07%로 1년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한편 미국 국채 가격은 연일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1일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최근 1년래 최고치인 연 2.291%까지 치솟았다가 연 2.195%로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장 초반 150포인트가량 빠졌다가 하락분을 모두 만회한 후 다시 116.57포인트 하락한 채 장을 마감하는 등 크게 출렁이자 국채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