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오랜 시간을 두고 서양에서 발전해온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냉전 이후 승승장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월하고 신뢰 가는 이데올로기로 인정받은 듯하다. 똑같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타고난 한 민족이지만 45년간 각기 다른 정치·경제 체제의 지배를 받으면서 현격한 빈부격차를 보인 서독과 동독이 좋은 비교 케이스다. 써놓고 보니 멀리 독일까지 갈 것도 없다. 빈곤에 허덕이는 북한과 달리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 양쪽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처럼 보인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준 민주주의의 품 안에서 자본주의가 번성할 수 있었고, 부의 축적과 더불어 민중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민주주의도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둘도 영원한 아군일 수 없는 모양이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가 잉태한 부가 재분배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수정자본주의’라는 이름 아래 복지의 올가미에 걸린 자본주의는 낑낑대며 분투하게 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묘한 애증 관계가 계속되면서 최근 자본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다. 유럽 경제가 흔들리고, 일본이 무너지고, 미국조차 휘청대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어려움에 직면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은 특히 미국과 서유럽의 상황을 보며 한 가지에 집중해 이야기하고 싶다.

자본주의가 만개하면서 개인의 호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지고 나라의 곳간이 그득히 찼다. 이에 민주주의는 ‘복지’의 개념을 들이밀면서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고, 증가한 세수를 바탕으로 정부는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마르지 않는 샘이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펑펑 솟아 나오던 물이 줄어드는 날도 있다. 하지만 메마른 날에도 복지라는 독에 쏟아 부어야 할 물은 줄지 않는다. 이제 정부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고, 안 그래도 목마른 국민들은 분개한다. 그리스 사태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한국은 정부의 무분별한 지출과 지나친 사회보장제도가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물론 복지는 분명히 보호돼야 한다.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고 황금알을 얻을 수 있는 지혜와 분별력이 필요한 때다. 특히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덕을 톡톡히 본 대한민국에서 그 혜안이 발휘될 수 있길 바란다.

다니엘 코스텔로 < AIA생명 대표 KR.CorpComm@ai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