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공급받아 배분하는 설비(수배전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광명전기의 대졸 초임 연봉은 2600만~2700만원이다. 중소기업 평균 임금(2275만원)보다 많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사람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업력이 50년을 넘은 상장회사(1955년 창업)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젊은이들이 취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은 “영업과 기술지원 쪽에 당장 10명이 필요한데 마땅한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대학에서 전기를 전공한 학생들을 채용할 생각으로 얼마 전 경기 안양에 있는 대림대와 시흥에 있는 한국산업기술대에 공문을 보냈는데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인(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매년 10명 안팎을 근근이 뽑아 쓰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일자리는 놔둔 채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지난 4일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한 뒤 중소기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일선 현장에서는 ‘풀타임 정규직’ 일자리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시간제 일자리 등을 만드는 데 정부가 6조원가량의 혈세를 쓰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전국 2만80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고용 동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사업장에서 정상적인 경영 및 생산 활동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인력(부족 인원)은 26만7000명이다. 이 중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300인 미만 사업체’의 부족 인력이 24만5000명(91.8%)에 달했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고용률을 70%로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제 근무를 정규직으로 만들고 창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일손이 당장 부족한 중소기업 현장의 문제를 도외시한 채 일자리 나누기부터 하겠다는 것은 일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체휴일제 도입 △휴일근로 연장근로에 포함 △육아휴직 기간 확대 등 노동계를 위한 정책들도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다. 이런 제도를 도입할 능력을 갖춘 대기업들과 근로환경에서 격차가 벌어지면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현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중소기업 생산 현장의 일손 부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노동 관련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중소기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입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