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어이없는 산업통상자원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홍열 경제부 차장 comeon@hankyung.com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용히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이 하나 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을 비롯한 이른바 경제민주화 입법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일부 개정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그동안 몇몇 대기업들은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 공장을 인수할 수 있느냐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물어왔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로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못해 애를 태우는 기업들이었다. 그런 의사 타진을 한 대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7개가 됐다.
수도권 규제 '대못' 박아
기업들이 산업부로 몰려간 것은 현행 산집법 제14조 3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수도권 아파트형 공장이나 등록이 취소된 기존 공장 건축물에 제조시설 등을 신규로 설치해 제조업을 영위하는 것은 공장 신설로 보지 않는다. 이 조항을 활용하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금지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를 피할 수도 있다는 게 해당 기업들의 판단이었다.
이런 기대는 곧바로 배신감으로 변했다. 산업부는 수도권 규제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들의 다급한 사정보다는 불완전한 법을 손질하지 않을 경우 비(非)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로부터 받게 될 질책과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쏟아낼 반발을 더 우려했다. 급기야 지난해 말 비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 10명의 이름을 빌려 산집법 일부 개정안을 냈다. ‘대기업이 수도권에 우회적으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명기했다. 기업들 입장에선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었다.
산업부의 한 간부는 “내부에선 우리가 수도권 규제 관련 주무 부처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도 있다”며 “수도권 규제가 영원불멸의 것이 아니라면 경제상황에 맞게 다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로 발길 돌리는 일자리
수도권 규제가 균형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딱 부러지게 판단하기 어렵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김은경·김정태 연구원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는 폐쇄경제 구조의 풍선처럼 수도권 규제가 다른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지 몰라도, 외국에서 얼마든지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개방경제에서는 수도권 규제의 풍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할 경우 그들의 잠재적 거래자인 지방 중소기업들의 일감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해당 기업들로부터 야박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업들의 사정을 배려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이참에 대못을 박아버리겠다는 태도다. 밀양 송전탑 같은 전력 관련 현안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만 유독 발 빠른 자세를 보인 것 아닌가.
현재 경기도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 중에 60여개가 수도권 규제에 묶여 14조원 규모의 증설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 추진을 ‘꼼수’쯤으로 여기는 정부는 이들 기업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 목표는 이렇게 삐걱거리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일시에, 통째로 풀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투자와 고용 확대가 시급하다고 떠들면서 방법을 찾을 시도 조차 하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김홍열 경제부 차장 comeon@hankyung.com
자초지종은 이렇다. 그동안 몇몇 대기업들은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 공장을 인수할 수 있느냐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물어왔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로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못해 애를 태우는 기업들이었다. 그런 의사 타진을 한 대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7개가 됐다.
수도권 규제 '대못' 박아
기업들이 산업부로 몰려간 것은 현행 산집법 제14조 3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수도권 아파트형 공장이나 등록이 취소된 기존 공장 건축물에 제조시설 등을 신규로 설치해 제조업을 영위하는 것은 공장 신설로 보지 않는다. 이 조항을 활용하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금지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를 피할 수도 있다는 게 해당 기업들의 판단이었다.
이런 기대는 곧바로 배신감으로 변했다. 산업부는 수도권 규제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들의 다급한 사정보다는 불완전한 법을 손질하지 않을 경우 비(非)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로부터 받게 될 질책과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쏟아낼 반발을 더 우려했다. 급기야 지난해 말 비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 10명의 이름을 빌려 산집법 일부 개정안을 냈다. ‘대기업이 수도권에 우회적으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명기했다. 기업들 입장에선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었다.
산업부의 한 간부는 “내부에선 우리가 수도권 규제 관련 주무 부처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도 있다”며 “수도권 규제가 영원불멸의 것이 아니라면 경제상황에 맞게 다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로 발길 돌리는 일자리
수도권 규제가 균형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딱 부러지게 판단하기 어렵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김은경·김정태 연구원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는 폐쇄경제 구조의 풍선처럼 수도권 규제가 다른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지 몰라도, 외국에서 얼마든지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개방경제에서는 수도권 규제의 풍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할 경우 그들의 잠재적 거래자인 지방 중소기업들의 일감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해당 기업들로부터 야박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업들의 사정을 배려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이참에 대못을 박아버리겠다는 태도다. 밀양 송전탑 같은 전력 관련 현안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만 유독 발 빠른 자세를 보인 것 아닌가.
현재 경기도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 중에 60여개가 수도권 규제에 묶여 14조원 규모의 증설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 추진을 ‘꼼수’쯤으로 여기는 정부는 이들 기업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 목표는 이렇게 삐걱거리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일시에, 통째로 풀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투자와 고용 확대가 시급하다고 떠들면서 방법을 찾을 시도 조차 하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김홍열 경제부 차장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