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테마株' 내세워 110억원 꿀꺽
테마주가 될 만한 ‘껍데기(shell)’ 기업을 잇달아 인수한 후 허위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띄워 10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검찰이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신속 수사(패스트트랙)로 진행한 사건 중 첫 기소 사례로, 앞으로 테마주나 인수합병(M&A)을 활용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테마주 업체 인수해 주가 조작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은 무자본 M&A를 통해 테마주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인수한 후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코스닥 상장사인 보안솔루션 개발업체 지아이바이오(전 넥스트코드) 최대주주 강모씨(42)와 전·현직 임원 임모씨(45) 정모씨(48) 등 세 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이들의 차명 계좌 주식을 대신 팔아준 사채업자 임모씨(53)도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보유한 8억6000여만원 상당의 주식 95만주와 매각이 일정 기간 금지된 보호예수 주식 30억~40억원어치(200만주)를 압류해 범죄 수익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0년 8월 지아이바이오를 인수한 뒤 이 회사 전 최대주주 김모씨와 함께 당시 테마주로 분류되던 신약 개발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자원 개발 업종의 소규모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주가를 띄우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이후 2011년 1월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신약개발업체 뉴젠팜을 인수하고, 신약 개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내용의 허위 공시를 했다. 3개월 뒤엔 LED 조명업체 엠에스엠텍을 인수, 대규모 LED 조명 시설을 납품하기로 했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의 작전으로 2011년 1월 974원이던 지아이바이오 주가는 4월께 2155원까지 뛰었고, 강씨 등은 사채업자 임씨에게 부탁해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팔아 3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강씨 등은 같은해 9월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업체를 인수해 개발사업권을 따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뿌려 주가를 띄워 79억원 상당의 추가 이득을 올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로펌을 자문사로 선정하면서 ‘박근혜 테마주’라고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A 테마주 수사 확대되나

검찰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M&A 테마주를 처음 기소하면서 앞으로 주가 조작 수사가 M&A 테마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M&A 이슈를 이용한 주가 조작은 증권시장에서 사용되는 전형적인 수법이어서다.

2009년 녹색성장이 이슈가 되자 많은 상장 업체들이 바이오, 태양광발전 등과 관련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 토자이홀딩스 코어비트 팜스웰바이오 등이 바이오 관련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M&A 테마주 대부분은 주가가 오른 뒤 사업이 실패하거나, 경영진의 횡령 등의 문제로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많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 조작으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토자이홀딩스 회장을 추적하고 있다. 또 녹색 이슈로 한때 주목받았던 전기자동차 관련주 중 AD모터스에 대해 시세 조종을 한 일당도 최근 기소했다.

문찬석 합수단장은 “M&A 테마주의 경우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해 이슈를 만들어 시세를 조종하고 허위 풍문을 흘리는 행위가 종종 나타난다”며 “이번 사건은 접수한 지 3주 만에 기소를 마친 만큼 앞으로도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유사 범죄를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김태호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