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확정된 쌍용건설의 서울 신천동 본사. 이날 결정으로 채권단은 쌍용건설 경영 정상화와 함께 매각 작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연합뉴스
13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확정된 쌍용건설의 서울 신천동 본사. 이날 결정으로 채권단은 쌍용건설 경영 정상화와 함께 매각 작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연합뉴스
쌍용건설이 3개월간 진통 끝에 극적으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결정됨에 따라 조만간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에 나설 전망이다. 채권단 지원으로 자금난에 숨통이 트이는 데다 무산 위기에 놓였던 해외 공사 수주전에도 참여할 수 있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다음주 신규 자금을 수혈하고 다음달 출자전환을 통해 기존 채권을 주식으로 바꾼다. 쌍용건설의 정상화와 함께 매각 작업도 동시에 추진한다.

○채권단 75% 이상 워크아웃 동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13일 채권단에 따르면 신한은행 서울보증보험 등 쌍용건설 채권을 보유한 채권금융회사 75% 이상(보유채권액 기준)이 워크아웃에 동의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해야 추진할 수 있다. 조만간 채권단과 쌍용건설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맺은 뒤 채권단이 자금 수혈 등 지원 방안을 실행하면 쌍용건설 정상화는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채권단은 쌍용건설에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2770억원, 신규 자금 4450억원, 지급보증 2400억원 등의 방안을 실행한다. 출자전환의 경우 1700억원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사용된다. 나머지 1070억원은 자기자본 50% 기준을 충족해줘 상장폐지를 피하는 데 활용된다. 신규 자금은 협력업체 미지급금 등을 우선 지급해주고 지급보증은 해외 수주를 위해 쓰인다.

채권단에 포함되지 않아 문제로 꼽히는 협약채권 우이동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900억원어치는 2016년 이후 상환할 계획이다. 이는 캠코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각각 700억원, 200억원 보유하고 있다.

비협약 채권인 △동자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새마을금고 585억원) △코리아CC PF(신협 439억원) △남양주 화도 PF(군인공제회 850억원) 등에 대해선 채권기관들과 상환시기 등을 논의 중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공시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해 다음달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경영정상화가 궤도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시장 상황에 맞춰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뼈 깎는 구조조정”

한숨돌린 쌍용, 37억弗 해외수주 재시동
쌍용건설은 워크아웃 결정을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쌍용건설은 작년부터 미분양 아파트 사업지 등을 정리했고 조직도 대폭 축소해 임원 수를 50% 감축했다. 직원 임금을 삭감하고 사무실 면적도 축소했다.

쌍용건설은 우선 해외사업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수주 임박 프로젝트뿐 아니라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통과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들 계획이다. 현재 수주를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중동 지하철 40억달러(지분 11억3000만달러) △홍콩 지하터널 12억달러(지분 11억달러)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 철도 60억달러(지분 14억달러) △적도기니 행정기관 2억2000만달러(지분 1억3000만달러) 등이다. 워크아웃 가결이 지연되면서 싱가포르의 C복합건축(2억달러)과 M복합건축(15억달러) 수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쌍용건설은 작년 국내에서 6위 실적을 올린 토목 공사 수주에도 집중하되 민간건축부문에선 PF 보증이 없고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선별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최대 강점을 지닌 아파트 리모델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참여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쌍용건설은 이 같은 정상화와 함께 든든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를 유치해 성장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입찰자격사전심사에 통과한 프로젝트만 20조원에 달하고 본격적으로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공사 중 6월 수주가 유력했던 사업만 3조5000억원가량”이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다 이번 채권단 지원까지 확정되면서 해외 명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3년의 임기로 재임명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도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김 회장은 “채권단에 다시 한 번 큰 빚을 지게 됐다”며 “어려운 결정을 해준 데 보답하고자 회사 정상화를 위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 등 쌍용건설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워크아웃 결정이 지연되면서 대내외 신인도가 떨어져 추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장창민/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