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정관리 개시 연기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STX팬오션 측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관리인 후보로 현재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을 신청했다. ‘기존 경영진이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알면서 빠른 회생을 도울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유 사장은 강 회장의 최측근이다.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을 맡는 DIP제도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과 STX팬오션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법원에 “강 회장은 투기적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과도하게 계열사를 지원해 회사 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채권단은 또 채권단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관리인 후보 2명을 법원에 제안하고, 이들이 안 될 경우 제3자를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의 입장이 맞서자 법원은 14일 STX팬오션의 법정관리절차를 개시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법원 관계자는 “다음주 중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법원이 지난해 웅진홀딩스 사례를 참고해 관리인을 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전격적인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정됐다. DIP제도를 활용해 관리인(회사 경영)이 되겠다는 의도였지만 채권단이 거세게 반발하자 9일 만에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대신 법원은 윤 회장 측근인 신광수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되 채권단 측 인사를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으로 두는 중재안을 선택했다.
정영효/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